북촌 주변 전통공예 장인 16명
한지 브로치-마로 짠 가방 등
손으로 직접 만들어 전시-판매
개점 한달만에 관광 명소로
서울시가 북촌한옥마을을 알리고 지역 브랜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한 북촌가게가 개장 한 달을 맞았다. 한 달 사이 북촌가게는 북촌만의 특징이 살아있는 전통 공예품 50여점을 발굴해냈다. 북촌가게를 찾은 고객이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시
이달 3일 저서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로 유명한 일본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長岡賢明) 씨가 부인과 함께 서울 종로구 계동 북촌문화센터를 찾았다. 나가오카 씨는 ‘니폰 프로젝트(Nippon Project)’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점점 개성을 잃어가는 일본 전통 공예를 되살린다는 목표 아래 일본 47개 지역별로 각각 차별화된 제품을 소개하고 알리는 프로젝트다. 나가오카 씨가 직접 발품을 팔아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실용적인 제품을 발굴해 낸다. 그런 그가 북촌한옥마을은 왜 찾았을까?
○ 북촌만의 이야기
나가오카 씨의 발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북촌 가게’. 북촌문화센터 내 3평 남짓한 창고를 뜯어 고쳐 만든 작은 기념품점이다. 서울시는 600년 역사가 녹아 있는 북촌의 한옥 주거지를 홍보하고 지역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달 7일 가게를 열었다. 가게 주인공은 북촌에 실제로 살면서 대를 이어 전통 공예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장인(匠人)들. 인근 300m 이내에서 전통 공방을 운영하는 16명이 손으로 직접 만든 제품들만이 이 가게에 입점할 수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인 신중현 옻칠장을 비롯해 심용식 소목장, 한순자 초고장, 김덕환 금박장의 작품을 가게에서 감상하고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다. 모두 ‘메이드 인 북촌(made in Bukchon)’인 셈. 시는 기본 장소 임대료를 받는 대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상품이 판매되도록 관리 감독을 맡는다. 정미영 시 담당자는 “북촌 가게는 북촌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반영한 전통 공예품과 문화 상품을 개발해 판매한다”며 “바로 인근에 위치한 인사동에서도 볼 수 없는 북촌만의 제품을 선보인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게를 꼼꼼히 둘러본 나가오카 씨는 “서울에서도 니폰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북촌 가게가 더 활성화되면 서울 지역별로 특성이 살아있는 전통 공예품 전문 가게를 여는 사업을 검토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한국의 이야기
8일 찾은 가게에선 갓 들어온 나무컵 제품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8번에 걸친 옻칠을 거쳐 완성된 수공예 제품이다. 아직 새카만 나무컵은 옻칠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나뭇결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게에는 양초공예 전문가인 지용 스님이 만든 솔방울 모양의 양초를 비롯해 한지를 굳혀 만든 브로치, 조선시대 궁중에서 썼다는 금박 장식 책갈피, 국산 마로 짠 가방 등 50여 개 제품들이 가득했다. 진열 제품은 일주일에 30% 이상이 바뀌는 편.
가격은 2000원짜리 나전 연필부터 20만 원대 예술 작품까지 다양하다. 공장이 아닌 공방에서 전통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제품들이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휴대전화 액세서리의 경우 인사동에선 2000원이면 살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1만5000원 상당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최문영 씨는 “사 온 실로 매듭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장인들이 실 자체를 직접 짜서 만드는 제품”이라며 “손님 대부분이 제품에 담긴 정성과 공을 높게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루 평균 200∼300명이 찾는 가게는 많게는 하루 2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바이어 등 주요 손님이 많은 기업들도 선물 의뢰를 해오는 편. 최근 한 국내 대기업은 깨지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선물을 고민하던 중 가게를 찾아 민화 부채를 주문했다. 한국관광공사도 이달 말 한국을 찾을 손님들에게 줄 선물을 가게와 논의하고 있다. 최 씨는 “제품마다 한국 전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점을 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물고기 모양의 전통 열쇠는 24시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재산을 무사히 지켜준다는 의미가 있다. 다산과 다복을 상징한다는 박쥐가 그려진 자수 제품은 가벼운 선물용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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