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왕산 수성동’ 서울시 문화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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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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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겸재도 반한 계곡
풍경 자체론 첫 지정

겸재 정선이 1751년경에 그린 ‘수성동’. 사진 제공 서울시
겸재 정선이 1751년경에 그린 ‘수성동’. 사진 제공 서울시
‘골짝을 들어서자 몇 걸음 안가(入谷不數武)/발밑에서 우레소리 우르르르릉(吼雷殷극下)/젖다 못한 산안개 몸을 감싸니(濕翠似과身)/낮에 가도 밤인가 의심되누나(晝行復疑夜)’. 조선의 대표적인 서예가이자 실학자인 추사 김정희는 자신의 문집인 ‘완당전집’ 중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水聲洞雨中觀瀑)’라는 시를 통해 비 오는 날의 인왕산 수성동(水聲洞)을 묘사한 바 있다. 추사를 비롯해 겸재 정선, 존재 박윤묵 등 조선 후기 화가와 문장가들이 앞 다퉈 시와 그림으로 그려낸 서울 종로구 인왕산 수성동이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다. 서울시는 29일 “전통적 명승지로서 보존 가치가 크고 문학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이 일대를 풍경으로선 최초로 서울시기념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종로구 옥인동 옥인아파트 일대에 해당하는 수성동은 인왕산 아래 첫 계곡으로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이란 뜻이다. 수성동의 ‘동(洞)’은 행정구역이 아닌 골짜기, 계곡 등을 의미한다. 조선 후기 규장각 서리였던 박윤묵은 1810년 장맛비로 물이 크게 불어난 수성동을 ‘조물주와 더불어 이 세상 바깥에서 노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인왕산 아래 장동 일대에서 나고 자랐던 겸재는 거대한 바위 사이로 급한 개울이 흐르는 수성동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저명한 회화와 시 속에 등장하는 풍경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되는 첫 사례”라며 “향후 문화재 지정의 방향 및 범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인왕산 조망을 가로막던 인근 옥인아파트를 철거해 내년까지 수성동 계곡 주변 지형과 경관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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