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에 오른 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6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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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 4명의 화장이 이뤄진 25일 경기 수원의 화장장인 연화장. 엄숙한 분위기의 공동분향소 영정 옆에 조그만 플라스틱 로봇이 올랐다. 환하게 웃는 고 임재엽 중사(26)의 사진 옆에는 고인이 조립하다 멈춘 '건담' 로봇 플라스틱 모형이 비스듬히 앉혀졌다.

임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 씨(56)는 "살았을 때 그렇게도 건담 로봇 조립하는 걸 좋아하더니…. 마지막 가는 길에라도 원 없이 만져보라고 올려놨다"며 흐느꼈다.

임 중사의 화장식에 참석한 친구 김도균 씨(26)는 "재엽이가 생전에 건담 로봇 조립을 너무 좋아해 월급을 아끼면서까지 플라스틱 모델을 사서 조립했다"며 "그렇게 만들었던 건담 로봇들이 이제 재엽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6일까지 사흘 동안 경기 수원, 충남 연기, 충남 홍성 등 세 곳의 화장장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 장병 27명의 화장이 진행됐다. 장병들의 어머니들은 아들의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영정 옆에 '마지막 선물'을 올려놓았다.

25일 홍성에서 화장된 김선호 병장(20)의 영정에는 노란색 바나나맛 우유가 올랐다. 그는 생전에 바나나맛 우유를 너무 좋아해 한꺼번에 몇 개라도 꿀꺽꿀꺽 들이켰다. 어머니 김미영 씨(52)는 "아들아, 좋아하던 음식 실컷 먹거라"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들은 "저승길 배 곪지 말라"며 영정 옆에 주로 먹을거리를 올렸다. 27일 10명의 시신이 화장된 충남 홍성의 홍성추모공원 김선명 병장(21)의 영정에는 돼지족발이 나왔다. 서대호 중사의 빈소에는 도시락과 소주가 마지막 길을 지켰다.

수원=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홍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동영상 = “하늘도 울었다” 천안함 희생자 추모…전국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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