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종교재단 학교라도 학생에 신앙 강요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의석 씨 대광고 상대 손배소
패소 원심 깨고 고법에 환송

종교재단이 설립한 사립학교라도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학내 종교교육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을 당한 강의석 씨(24·서울대 법대 3학년)가 서울 대광고와 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강 씨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광고는 기독교 계통의 사립학교다.

재판부는 “대광고가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행사에 불참한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줘 신앙이 없는 강 씨에게 참석을 사실상 강제했다”며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행사를 반복한 것은 강 씨의 기본권을 고려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광고가 종교수업을 하면서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고 종교행사 참석에 대한 동의를 얻지 않은 데 대해서도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광고가 퇴학처분 사유로 삼은 강 씨의 불손한 행동은 결코 경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 동기가 학교의 위법한 종교교육인 점 등을 감안하면 퇴학사유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 징계권 행사는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강 씨는 판결 직후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연한 판결을 얻는 데 5년이 걸렸다”며 “원수도 사랑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판결의 손해배상액은 학교 측에 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독교계에서는 “기독교 사학들이 건학 정신에 입각해 최소한의 종교 활동을 해온 것인데 이를 일방적인 종교 강요로 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강 씨는 2004년 6월 학내 종교자유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하자 “학교의 종교행사 강요로 헌법상 보장된 종교, 양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으며 퇴학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학교와 서울시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대광고는 강 씨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가 종교행사를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 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강 씨는 2005년 퇴학처분 무효 소송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