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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사회

[천안함 인양]“이름 부르면 ‘근무중 이상무’ 외칠것만 같은, 내 전우여…”

입력 2010-04-16 03:00업데이트 2010-04-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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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2함대 막사엔 적막감
“건드리면 울것같아 말안해”

종일 인양중계 TV소리만~
“내 생애 가장 슬픈 하루”
‘복근 李하사’ ‘꽃미남 李병장’ ‘낭만 文하사’… 15일 천안함 인양으로 실종 장병들의 시신이 수습되기 시작하자 해군은 실종 장병 46명 중 22명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해군이 공개한 사진 전체는 dongA.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15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고속정 생활관’. 8개의 방마다 6명가량씩 모두 46명의 해군 장교, 부사관, 병사들이 계급별로 일주일째 모여 생활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들인 이들은 이날 기상한 뒤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청소를 했다. 함대사령부로 귀환한 지 일주일째 되는 이날까지 이들은 아무런 임무가 없었다. 장병들은 어제도, 그제도 짜여진 일정 없이 휴식만 취하고 있다.

누군가가 TV를 켰다. 침몰한 해군 초계함 함미가 대형 크레인에 걸려 바닷속에서 인양되고 있었다. 불과 20일 전까지 저 배 위에서 전우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조국을 지켰다. 104명이 함께 평택항을 떠났지만 돌아온 자는 58명.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 진행자의 멘트가 나왔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이날 남들이 알 수 없는 슬픔을 지닌 채 하루를 보냈다. 이날 평택 2함대사로는 군의관이나 심리상담사들도 찾아오지 않았다. 장병들은 휴게실과 내무반에 삼삼오오 모여 TV를 봤다. 생활관 내는 TV 소리 말고는 조용했다. 팽팽한 긴장이 담긴 정적이었다. 한 생존 장병은 “누군가가 건드리면 울 것 같아 서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신이 인양됐다는 소식이 생중계 자막으로 계속 전해졌다. 한 생존 장병은 “친했던 전우들인데 죽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목이 멜까 두려운 듯 꼭꼭 씹어 넘겼다. 하지만 남기는 사람이 많았다. 한 생존 장병은 “분위기가 너무 침울해 밥을 먹기 힘들었다”며 “살아남은 전우들을 잘 다독이겠다”고 말했다.

2함대사 김태호 공보실장은 “고속정 생활관에서 함께 생활하는 생존 장병들은 숙연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TV로 생중계된 인양 소식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국군수도병원에 남아 치료를 받고 있던 생존 장병 12명도 침통함 속에 뉴스를 지켜봤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국군수도병원은 생존 장병들의 심리치료에 방해가 될까 봐 보도전문채널 시청을 금지했지만 지상파의 인양 생중계 시청은 허용했다.

신은총 하사의 아버지 신원향 씨(57)는 “직속 부하들 소식만 묻던 은총이가 뉴스를 봤는지 아무 말이 없다”며 “아마 가장 슬픈 하루를 보냈을 것”이라고 아들의 심경을 전했다.

생존자 가족들도 일손을 놓은 채 속보에 귀를 기울이는 등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에 비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가족도 상당수였다. 김기택 하사의 아버지 김진철 씨는 기자의 전화 인터뷰 요청에 “오늘만은 할 말이 정말 없다. 무슨 할 말이 있겠냐”며 정중히 전화를 끊었다.

강태양 병장의 형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천안함 인양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 씨는 “평소 전화를 하면 2, 3분이라도 통화를 하던 태양이가 함미 인양이 임박해서인지 3, 4일 전부터 아예 전화가 없다”라며 “마지막 희망까지 물거품이 됐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함대사의 한 생존 장병은 억지로 딴생각을 하려는 듯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이 생존자는 자신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단 두 글자를 올리고 컴퓨터를 껐다. ‘용기’였다.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영상=처참한 함미…그들은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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