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뭔가 맞은듯 ‘쿵’… 두동강날 때 ‘꽝’… 어뢰충격설 힘 실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8일 03시 00분




[4] 두차례 폭발음 의미는

폭발음 귀가 아플 정도
외부충격 가능성 커져

7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천안함 침몰사건 민군 합동조사단의 대변인인 문병옥 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7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천안함 침몰사건 민군 합동조사단의 대변인인 문병옥 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 발표=국방부는 생존자 58명 모두 “천안함 후미의 충격과 함께 ‘꽝! 꽈아앙’ 소리가 1, 2초 동안 났고 정전과 함께 배가 기울었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굉음은 1차로 뭔가 큰 충격이 천안함을 타격한 뒤 선체가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인근의 해병 6여단 해안초소 초병 2명은 ‘낙뢰’와 비슷한 소리를 들었고, 또 다른 초소의 열상감시장비(TOD) 운용병도 같은 시간대에 ‘쿵’ 하는 소리을 듣고 1분 뒤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생존 장병 설명=레이더 등을 담당하는 전탐장 김수길 상사는 배 하부 CPO(상사급 이상 부사관) 침실에 있었다. 그는 “‘쿵’ 소리가 나서 침대에서 빠져나와 전탐실에 가려고 했는데 3∼5초 있다가 ‘쾅’ 소리가 나서 외부로 나갔다”며 “처음 ‘쿵’ 하는 소리는 어디에 부딪친 줄 알고 전탐실을 향했던 것이고 ‘쾅’ 하는 소리는 약간의 폭음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순간 배 지하 2층 격실에 있던 병기장 오성탁 상사는 “업무보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쾅’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떴고 정전이 됐다”면서 “‘쾅’ 소리와 함께 배가 90도 기울었고 얼마나 폭발음이 컸냐면 귀가 아플 정도였다”고 말했다. 통신관인 박세준 중위는 “상황실 당직을 서는데 ‘쾅’ 소리와 함께 장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조타장 김병남 상사는 “배가 암초나 모래톱에 걸리면 (선박 철제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런 소리가 안 난) 이번 사고는 외부 충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는 의문=국방부는 ‘꽝! 꽈아앙’ 두 차례 폭음이 들렸다는 것을 단서로 사고 원인을 풀어가야 한다. 잇따라 발생한 소리로 볼 때 기뢰나 수중폭발 어뢰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외부 충격에 의한 사고일 경우 수중폭발로 선체를 밀어 올리는 ‘버블제트’ 현상이 일어나 선체가 동강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선체와 일정 거리를 둔 어뢰나 기뢰가 터지면서 1차 충격이 선체에 가해지고, 강력한 압력으로 배가 두 동강 나면서 2차 폭음이 들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동영상 = 함미 1분만에 ‘급속침몰’…軍, TOD 영상 추가공개


[5] 화약냄새-물기둥 없었나

수중서 폭약 폭발땐 냄새 못 맡을수도
야간엔 문 폐쇄… 물기둥 보기 어려워


▽국방부 발표=합동조사단은 7일 “(사건 발생 직후) 정전과 동시에 일부 격실에 기름, 해수가 유입되면서 갑자기 우현으로 90도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합조단은 함장 최원일 중령이 “약한 기름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사건 직후 천안함 승조원들이 화약 냄새를 맡지 못했고 물기둥도 못 봤다는 장병들의 증언을 전해 왔다.

▽생존 장병 설명=함수 지하 2층 격실에서 업무보고 준비를 하던 오성탁 상사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컴퓨터가 내 얼굴을 쳤다”며 “바닥으로 다시 떨어져 정신을 차려 보니 (정전으로) 암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격실 출입문은 항상 드나들기 때문에 손잡이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았지만 암흑이라 손잡이가 잡히지 않았다. 발밑에 뭔가 걸리는 게 있어 만져보니 손잡이였다. 배가 90도 기울어 출입문이 아래에 있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살겠다는 일념으로 컴퓨터 등 잡히는 것들을 치우고 15분 만에 (갑판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조타를 담당하는 병사는 ‘쿵’ 하는 느낌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외부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생존 장병들은 화약 냄새를 맡거나 물기둥을 본 일이 없다고 증언했다. 오 상사는 ‘화약 냄새가 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제가 탄약 담당이라 제일 잘 안다. 화약이 있었다면 불이 났을 것이고 냄새가 났을 텐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창표 하사는 “함교 우현 쪽에서 배가 진출하는 것을 관찰하는 역할인데, 내가 봤을 때 물기둥은 없었다”고 말했다. 허순행 상사는 “함정은 야간이 되면 모든 문을 닫고 등화관제를 한다. 항해등만 켜고 항해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물기둥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덕원 소령은 “야간에 대원들이 외부로 나갔을 때 실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을 폐쇄한다”며 “2명이 갑판에 있었는데, 이들도 전방을 주시하고 있어 폭발이 뒤에서 발생했다면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는 의문=생존자들은 폭발음은 들었지만 화약 냄새도 없었고 물기둥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가 어뢰나 기뢰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이때 나타나는 현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 신영식 교수는 “폭약이 수중에서 폭발하면 폭약 가스는 물기둥에 섞여 솟아오르는데, 이 솟아오른 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화약 냄새를 맡지 못할 수 있다”며 “생존자들은 물과 접촉하지 않아 화약 냄새를 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물기둥을 못 봤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생존자들이 거의 함정 내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6] 보고용어 혼란 왜?

조난 보고를 ‘좌초’로 잘못 알아들어
“급박한 상황서 당황해 실수” 결론

▽국방부 발표
=국방부는 천안함이 두 동강난 직후 생존자들은 경황이 없어 정확한 보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2함대 상황장교는 사건 발생 6분 뒤인 오후 9시 28분, 천안함 포술장 김광보 중위에게서 침몰 상황에 대한 휴대전화 보고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 상황장교는 합조단 조사에서 “당시 김 중위가 ‘좌초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장교는 다시 좌초가 맞는지 되물었으나 같은 답을 들었다고 한다.

반면 천안함 전투정보관은 포술장 보고 직후인 오후 9시 30분 2함대 당직사관에게 “천안함이 ‘조난’돼 함정이 침몰되고 있으니 빨리 지원 병력을 보내 달라”고 전화했다. 하지만 이 당직사관은 2분 후 인천 해경에 구조 지원을 요청하면서 “현재 백령도 서방 우리 함정에서 연락이 왔는데 ‘좌초’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당직사관이 조난됐다는 보고를 좌초됐다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다르게 전파한 했다는 것이 국방부 설명이다.

국방부는 “사건 보고에 ‘좌초됐다’는 표현이 오고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보고자들이 급박한 상황에 당황해 정확한 용어를 쓰지 못한 데서 비롯된 단순 실수였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 내용만으로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암초 충돌(좌초)’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생존 장병 설명
=천안함 포술장 김광보 중위는 “(폭발음이 나고) 밖으로 올라가 휴대전화로 (2함대) 지휘통제실에 보고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 군부대 교환대를 이용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처한 위치나 상황, 구조요청 등을 두서없이 말했다”고 증언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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