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1시경, 조용히 잠들었던 백령도는 갑작스러운 포 소리에 잠을 깼다. 백령도 서남단 대청도 북쪽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초계함이 침몰하던 시간, 백령도 주민들은 포 소리를 들었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오후 11시부터 5분간 ‘펑펑’ 하는 포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김 면장은 “오늘 낮이나 오후 11시 이전에는 어떠한 사격이나 포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백령도 인근에서는 군의 사격훈련 소리가 쉽게 들린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근에는 사격 연습이 별로 없어 포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어두운 밤이었다. 김 면장은 “최근에는 사격연습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포 소리에 놀랐는데, 알아보니 초계함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장병들을 구조하려고 공중에 조명탄을 쏘아 올리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백령도 주민 박복춘 씨도 요란한 포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박 씨는 “펑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며 “봄에 무슨 천둥 번개가 치는 건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가 흐리기는커녕 별이 창창할 정도로 맑아 천둥소리가 아닌 것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 씨는 “밤에도 해병대가 훈련할 때가 종종 있지만 최근에는 조용했기 때문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전했다.
오후 11시 20분경 통화한 백령도의 다른 주민은 “11시경부터 포 소리가 드문드문 들렸고 11시 10분이 넘어서까지도 간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근무하는 군무원도 “오후 11시경 들린 포 소리는 조명탄을 쏘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군무원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0시경 부대로 복귀해 뉴스 속보를 파악하며 대기했다. 군무원 아들을 둔 주민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이 주민은 “아들은 벌써 부대로 가 대기하고 있다”며 “한밤중에 포 소리가 나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뉴스를 봤더니 그런 일이 있었더라”고 말했다.
외딴섬 백령도에는 밤이 빨리 온다. 밤이면 섬이 암흑에 잠겨 주민들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잠에서 깬 백령도 주민들은 “워낙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심하게 동요하거나 불안에 떠는 건 아니다”며 비교적 침착한 반응이었지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걱정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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