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체험 1번지를 찾아서
오지로 알려진 옴천면, 무공해 농산물의 메카 변신
쇠락해 가던 마량항에선 입 + 눈 + 귀 3色만족 체험
때묻지 않은 청정자원을 이용해 경쟁력 있는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떠오른 전남 강진군 옴천면. 파릇파릇 자란 보리밭 사이를 유치원생들이 걷고 있다. 사진 제공 강진군
《전남 강진군은 ‘남도 답사 1번지’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쓴 시인 김영랑(1903∼1950)의 생가가 있고 조선 최고 실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이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저서를 남긴 곳이다.
국내 보물급 청자의 80%가 강진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천년비색의 고장이기도 하다.
문화관광의 보고(寶庫)인 강진군이 녹색성장 시대를 이끄는 생태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기나 물을 오염시킬 만한 공장 등 산업시설이 없는 청정 여건을 살려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농업특구를 지정하고 어촌관광모델을 만드는 등 ‘생태 체험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옴천면은 친환경농업의 메카
강진군 옴천면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지(奧地)의 대명사였다. 면이 워낙 가난해 군수 등 손님이 오면 술값을 줄이려고 일부러 맥주를 거품이 많이 생기게 따랐다고 해서 ‘옴천면장 맥주 따르듯 한다’는 우스갯말이 나왔을 정도다.
옴천면은 전체 면적(2969ha) 가운데 임야(2188ha)가 73.6%를 차지하고 경작이 가능한 논밭이래야 겨우 526ha에 불과하다. 면 인구도 500여 가구(920여 명)밖에 되지 않아 전남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다. 하지만 옴천면은 때 묻지 않은 청정자원을 이용해 경쟁력 있는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옴천면이 ‘오지’에서 ‘기회의 땅’으로 바뀌게 된 것은 2003년 면 전체가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되면서부터다.
1997년부터 몇몇 사람이 논에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넣고 우렁이를 풀어 잡초를 제거하는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주민들이 친환경농법에 눈을 떴다. 이후 주민들은 강진군과 전남도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자체 도정공장을 세우고 ‘친환경농법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드는 등 고품질 쌀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다.
강진군은 2005년까지 3년간 특산품인 토하와 맥우를 포함한 쌀, 새송이버섯 등 친환경 영농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47억 원을 투입했다.
2004년엔 옴천면 정동마을 등 23.2ha를 친환경농업 시범단지로 조성해 참게, 청둥오리, 미생물농법 등 유기농업을 추진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을 위한 농자재 구입비도 지원했다. 이 덕분에 옴천면은 제초제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현재 경지 면적의 57%가 친환경농산물 생산 인증을 받았고 인증 면적의 12%가 무농약 이상을 획득해 유기농법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농민 수익도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친환경토하미’는 일반미보다 20% 정도 비싼 20kg당 6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민물새우로 담근 토하젓은 옴천에서 만든 것을 제일로 쳐 준다. 15농가가 생산해 연간 1억 5000여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9농가가 한방재를 혼합한 사료로 기르는 맥우(총 900여 마리)는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되고 있다.
○ 마량항은 어촌관광의 모델
해남반도와 장흥반도 사이 강진만이 시작되는 곳에 자리한 마량항은 쪽빛 바다 너머로 천연기념물인 까막섬 상록림이 펼쳐진 소박한 포구다. 어업자원이 줄어 쇠락해 가던 마량항이 관광과 문화가 어우러진 미항(美港)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마량항은 2006년 정부가 수산물 생산 유통 중심이던 어항에 관광 기능을 더하기 위해 추진한 어촌어항 복합공간 조성 시범사업을 계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112억 원을 들여 3곳의 방파제에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데크와 야외무대, 산책로, 야간 경관 시설을 설치했다.
‘하방파제’(길이 100m) 끝 잔교 위에는 원형 야외무대를 만들고 ‘중방파제’(320m)에는 소나무 동산과 시비 조형물을 건립했다. 동방파제(270m)에는 강태공을 위해 경관을 감상하면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서경봉 마량면장(57)은 “어촌체험마을이 조성되고 공원화 사업도 마무리돼 마량항이 어촌어항 관광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량항에서는 싱싱한 회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마량항 주변 21개 횟집들은 2년 전 양식 활어(우럭 광어 농어 등)의 경우 kg당 5만 원에서 3만 원으로 낮추고 포장 회 가격도 kg당 3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인하했다. 회 값 거품을 빼니 식당마다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두 차례 열리는 수협 경매에도 관광객들이 몰려 포구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2007년 7월 개통된 마량과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 덕에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3배가량 늘어난 데다 수산물 매출도 급증해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에는 다리에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부터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음악회도 마량항을 알리는 데 한몫했다. 올해는 3월 27일 첫 음악회가 열리며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주민들은 토요음악회 외에도 일요 어울마당, 미항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황주홍 군수는 “토요음악회와 마을 어촌체험 관광 등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 3박자를 고루 갖춰 남해안 해양관광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고려청자의 신비를 만난다▼ 2013년 8∼10월 청자엑스포 강진 청자박물관에서 축제 한마당
강진군은 고려청자의 독창성과 예술성, 우수성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알리기 위해 매년 청자축제를 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천년비색의 강진 고려청자가 세계인과 만난다. 전남 강진군은 고려청자의 독창성과 예술성, 우수성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알리고 고려청자를 세계적 브랜드로 구축하기 위해 2013년에 청자엑스포를 개최하기로 했다.
청자축제를 겸해 열리는 엑스포는 2013년 8월 17일부터 10월 7일까지 대구면 청자박물관 일대에서 57일간 열린다.
청자 관련 역사와 학술을 정리하고 체험, 교류, 전시 등 100개가 넘는 행사가 진행된다. 행사 진행과 기반시설 구축 등을 위해 모두 496억 원이 투입된다. 전남지역에서 엑스포(박람회) 명칭을 사용한 지역 축제는 함평 곤충엑스포, 여수엑스포 등 서너 곳에 불과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3년 청자엑스포 타당성 연구조사 결과 생산규모는 1936억∼2385억 원, 부가가치 효과는 816억∼100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강진군은 청자엑스포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하고 정부의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 올해 안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재단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강진군은 청자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청자박물관 주변 청자타워 전망대와 강진만을 가로질러 도암과 칠량을 연결하는 출렁다리를 설치하고 현대청자미술관, 대구도요지 4차로 확장 등 기반시설도 갖추기로 했다.
한편 올해로 38회째를 맞는 청자축제는 ‘흙·불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8월 7일부터 8월 15일까지 9일간 펼쳐진다.
올해는 강진 미술 기획전, 청자 타임캡슐 편지 개봉, 제1회 전국 청자골 사진촬영대회 등 기획행사를 비롯해 고려촌 민속체험, 청자보물선 온누비호 승선체험 등이 추가돼 어느 해보다 다채롭고 알찬 내용으로 진행된다. ▼올해 6억 지원… 귀농의 메카▼
지난해 101가구 275명 귀농
강진, ‘지원조례’ 만들어 환영
강진군은 귀농인 정착을 위해 지역 선도농가에서 숙식하며 영농기술을 배우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진군전남 강진군 군동면에 사는 송영갑 씨(62)는 2007년 귀농했다. 송 씨는 귀농한 지 3년 만에 오리 사육으로 연간 1억 원의 순소득을 올리는 부농(富農)이 됐다.
송 씨는 “매월 열리는 귀농연구회에서 마을길 포장 등 요구사항을 군에 건의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결됐다”며 “귀농인들은 강진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도 50%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진군이 전국 최고 귀농지로 각광 받고 있다. 강진군은 2006년 2가구(6명)에 불과했던 귀농 가구가 2007년 14가구(59명), 2008년 65가구(160명), 지난해 101가구(275명)로 급증했다. 귀농가구가 3년 사이에 무려 50배나 늘어난 데는 군이 2007년 전국 최초로 제정한 ‘귀농자 지원조례’가 큰 몫을 했다.
강진군은 귀농희망자가 선도농가에서 숙식하며 영농기술을 배울 경우 한 달에 30만 원씩 총 24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귀농학교 수강료(30만 원)와 영농사업비(최대 3000만 원), 빈집 수리비(500만∼1000만 원)를 주고 귀농 중고교 자녀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귀농자 지원을 위해 6억여 원을 책정했다. 군은 귀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원하며 사업계획 타당성, 사업추진 의지, 정착 성공 가능성 등을 심의한다.
한편 강진군은 3월 9일부터 이틀간 도암면 만덕리 다산수련원에서 제2회 귀농 귀촌 전국대회를 개최한다. 전국 귀농 지원 업무 담당 공무원과 귀농 희망자 등 300여 명이 참가해 공개강좌와 ‘귀농자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린다. 강진군 귀농지원센터 061-430-364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