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위주 大入 바뀔것… 토론-예체능 능력 더 길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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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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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하나고 교장 - 다케자와 와세다大부속고 교감 대담

김진성 하나고 교장(왼쪽)과 다케자와 마모루 일본 와세다대 부속고 교감은 2일 대담을 갖고 “과도한 입시 경쟁에 맞서 고교 교육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홍진환 기자
김진성 하나고 교장(왼쪽)과 다케자와 마모루 일본 와세다대 부속고 교감은 2일 대담을 갖고 “과도한 입시 경쟁에 맞서 고교 교육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홍진환 기자
“한국 교육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모든 학생이 필요 이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김진성 하나고 교장)

“일본도 명문대에 가기 위한 경쟁이 심각합니다. 고등학교가 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다케자와 마모루 와세다대 부속고 교감)

서울 유일의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가 개교한 2일. 개교식에는 다케자와 마모루 일본 와세다대 부속고 교감(55)이 있었다. 그는 “하나고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개교식 초청에 응했다”고 말했다. 와세다대 부속고는 졸업생들에게 와세다대 입학 특혜를 주는 학교로 일본 내에서도 입학 경쟁이 치열한 학교다.

개교식이 끝난 뒤 열린 좌담회에서 김 교장과 다케자와 교감은 일제히 지나친 교육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김 교장은 “모두가 100점을 맞을 필요가 없는데도 모두 100점을 맞으려고 한다”며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상관없이 무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케자와 교감도 “일본에서는 초등학생도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입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케자와 교감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 학교는 토론, 스포츠, 발표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도 “하나고 학생들은 모두 1개 스포츠 종목과 1개 예술 영역에 특기를 가질 수 있도록 방과후 교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뜻이 그렇다 해도 학부모들은 좋은 입시 결과를 기대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장은 “다양한 교육을 한다는 것이 입시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대학 입시가 수능 위주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하나고가 처음 졸업생을 배출하는 3년 뒤에는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양한 경험과 능력이 대학 입시에서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다케자와 교감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대학에 가면 수학, 영어 등 학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졸업할 때는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토론, 발표, 글쓰기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나고는 일본, 중국 등의 학교와 교류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 런민(人民)대 부속학교와 결연했다. 김 교장은 “해외 유수 학교들이 아직 걸음마도 못한 하나고와 교류하려는 것은 우리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사람은 좌담회를 마치면서 손을 붙잡고 “다른 학교들이 본받는 모범적인 자매학교 관계를 만들자”며 웃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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