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물리학을 사랑했는데”

  • Array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초전도 분야 국내 1인자 서강대 이성익 교수 자살
2008년 모교로 옮겨온뒤 연구압박-불면증 시달려

국내 초전도체 분야 최고 석학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서강대 물리학과 이성익 교수(58·사진)가 24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자신이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고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편지와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이 교수가 연구에 대한 심적 부담을 못 이기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교수가 컴퓨터로 작성해 인쇄한 편지에는 그의 서명과 함께 “물리학을 너무 사랑했는데 잘 못해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인 장모 씨(57)는 “초전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을 꿈꾸던 사람인데 최근 새로운 초전도 물질이 등장하면서 본인이 뒤처진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심적으로 힘들어했고 1년 전부터 불면증으로 통원치료를 받아 왔다”고 말했다.

1981년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1997년부터 정부 지정 창의적연구진흥사업 초전도연구원의 단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는 포스텍에서 모교인 서강대로 옮겨 초전도체 연구에 매진했다. 2004년 한국초전도저온공학회 학술상을 받고 2006년에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 물리학 부문 수상자로 뽑힌 이 교수는 국내 초전도체 연구분야의 1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와 함께 근무했던 교수들은 이 교수가 포스텍에서 모교로 옮겨온 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실적이 떨어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한 동료교수는 “실험교수들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에는 당연히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가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만 두세 번 해외 강연회와 콘퍼런스를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다른 나라 학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더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