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5800명 남양군도 강제징용 첫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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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위 “사이판 등서 노역… 폭격-굶주림에 60% 숨져”

일제가 총동원령을 내린 1939년부터 3년여간 한국인 노무자 5800여 명이 사이판 등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일대(남양군도)에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대부분 희생당한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국무총리 직속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2006년부터 3년 동안 조사를 벌여 이 같은 내용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38년 당시 남양군도의 한국인은 704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에 불과했으나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수가 급증해 1941년에는 5800여 명에 달했다. 당시 일본은 한국인들을 이곳에 대거 데려와 군사시설을 짓고, 태평양전쟁의 전초기지로 삼으려고 했다. 1942년부터 태평양전쟁이 끝난 1945년 8월까지는 더 많은 사람이 강제 동원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았다.

강제 징용된 한국인들은 비행장 건설과 사탕수수 재배 등에 동원돼 혹사당했다. 진상규명위는 일제가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뒤 이들을 총알받이로 내몰아 60% 정도가 폭격과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살아남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로 돌아온 피해자 가운데 현재 생존한 사람도 50여 명에 불과하다. 진상규명위 김명환 조사팀장은 “남양군도 한인 강제동원과 관련해 아직도 많은 부분이 공백상태로 남아 있고 진상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 많다”며 “정부가 당시 상황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남양군도는 1914년부터 1945년 8월까지 일본의 통치를 받은 곳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과 일본은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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