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우리 대학 스타/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김상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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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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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도 혼쭐낸 궁중음식의 대가

삼국시대이후 음식 연구
관련 서적만 수십권 달해

“모 방송국 드라마인 ‘대장금’은 조선시대 궁중음식문화를 완전히 왜곡한 것입니다.” 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김상보 교수(60·사진)는 2006년 가람기획을 통해 발간한 ‘조선시대의 음식문화’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도서’로 지정됐다.

“조선조 법전 ‘경국대전’에 따르면 왕의 음식을 만들던 사람은 남성과 여성 비율이 7 대 3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임금이 식사하는 동안 상궁이 용안을 살피며 음식에 대해 답하는 장면이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김 교수는 궁중음식문화 연구에서 독보적 존재다. 삼국시대를 시작으로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전통요리에 대해 출간한 서적만도 15권에 이른다. 이 중 ‘조선시대의 음식문화’는 대장금 이후 왜곡된 궁중음식문화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것.

김 교수가 한국 전통 요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인 1978년부터. 대전보건대 설립 때부터 이 학교에 재직 중인 김 교수는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임금님 진짓상이 상다리 부러질 듯했을 거라고요? 너무나도 간소했습니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환갑 때 내놓은 것도 밥 국 조치 자반 구이 젓갈 침채 등으로 구성된 7첩반상(7개 반찬)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철저히 과거 기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같은 고서 탐닉의 결과 그는 국내 궁중음식의 교과서 격인 ‘한국의 음식생활 문화사’(광문각), ‘궁중연향문화’(민속원), 3권짜리인 ‘조선왕조궁중의궤음식문화’(수학사) 등의 저서를 잇달아 출간하기에 이른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궁중음식의 뼈대가 흔들렸다”며 “지금이라도 우리 전통 먹을거리 문화를 바로 세울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 음식과 관련된 자리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2008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종갓집 제사,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례음식과 현 종가 제례음식의 차이를 규명했다. 지난해 농심의 음식문화전문도서관 개관 때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또 백제학회와 백제문화원형특화사업단이 주관한 ‘백제의 생활문화’ 토론회에서는 조선왕조 상차림의 뿌리가 백제라는 근거도 제시했다. 농촌진흥청이 우리 전통음식을 집대성한 ‘한국의 향토음식 100선’도 김 교수의 작품.

김 교수의 이 같은 활동은 민족성을 기반으로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할 말이 많다.

“비빔밥을 세계화한다고요? 그러면 비빔밥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 나물은 뉴욕에서 구입할 것인가, 우리가 가지고 갈 것인가? 참기름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올리브유를 쓸 것인가? 이런 깊은 고민이 없는 한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지요.”

김 교수는 “이 문화의 차별성을 얼마나 전통에 기초해 표출해 내고 현대화할 수 있느냐가 음식문화 산업 발전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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