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이달초 대대적 인적쇄신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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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고… 불성실 경정급 2명 보직 못받아
물 갈이… 기강해이 103명 他경찰서 전출

경정급 74.6% 교체… “업무 수행 차질” 우려도

서울지방경찰청이 경찰관 가운데 근무태도가 불성실한 직원들에게는 아예 보직을 주지 않고 경찰서별로 70% 이상 간부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월 초 각각 경정·경감급 인사 675명, 경위 이하 1892명 등 2567명을 지방 경찰서로 보내거나 서울의 다른 경찰서로 재배치하는 등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했다. 또 내부 쇄신을 단행하기 위해 근무태도나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경정급 경찰관 2명에게 보직을 주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서울 31개 경찰서 인사발령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2월 인사에서 경정급은 총 268명 중 200명(74.6%)이, 경감급은 총 634명 중 290명(45.7%)이 자리를 옮겼다. 경정급은 주로 일선서 과장직을, 경감급은 지구대장직, 계장직 등을 맡는다.

경찰서별로 보면 영등포경찰서와 관악경찰서는 경정급 전원이 물갈이됐으며 경감급도 각각 23명 중 15명(65.2%), 21명 중 12명(57.1%)이 교체됐다. 주요 경찰서로 꼽히는 강남, 서초, 수서, 송파경찰서 등 강남권 빅4 경찰서의 경우 경정급은 40명 중 28명(70%)이, 경감급은 83명 중 32명(38.5%)이 바뀌었다. 시위 집회 등으로 경비업무가 많은 종로경찰서는 경정급 9명 중 6명(66.7%)이, 경감급 19명 중 6명(31.6%)이 교체됐다. 이 밖에 은평, 방배, 강동, 마포, 동작, 금천경찰서의 교체 폭이 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또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는 경위 이하 103명을 다른 경찰서로 전보 발령했다. 또 안마방 등 유흥업소 업주와 경찰의 유착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생활질서계, 여성청소년계 등 주요 단속 부서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 전원(236명)을 다른 부서로 발령 냈다. 인력 충원이 필요한 경우도 단속부서 경력자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이 극약처방을 쓴 이유는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초 유흥업소와 유착한 경찰관이 적발되는 등 각종 비리 등이 터져 나오자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개혁의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청장은 지난달 8일 취임한 후 “경찰이 불법업소 관계자와 통화만 해도 징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한 내부 개혁을 표방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열심히 근무한 경찰관은 선호 부서에 배치하는 등 우대하고, 불성실한 직원에게는 불이익을 준 인사”라며 “앞으로 직무에 불성실하고 조직의 기강을 해치는 경찰은 제대로 된 보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물갈이 인사도 필요하지만 수사 업무는 정보 발굴 등 전문성이 중요한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바꿔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표시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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