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안산동산고의 놀라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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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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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계고 유일의 서울대 20명이상 합격

학생별로 한달 두세번 학습상담-약점진단 보완
토익 일정점수때만 졸업-외국대학 진학반 등 추진

《동아일보가 최근 ‘서울대 2010학년도 합격자(등록 전)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0학년도에 서울대 합격생을 20명 이상 배출한 고등학교는 전국 19개교로 나타났다. 외국어고와 과학고의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던 조사결과 중 안산동산고(경기 안산시 상록구)는 일반계고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안산동산고는 2006학년도부터 빠짐없이 20위권에 들어간 유일한 학교로도 기록됐다. 외고, 과학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안산동산고의 놀라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체계화된 학생관리 프로그램
안산동산고는 학생들의 성적관리와 진로지도를 위해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능나라 △상담나라 △오답나라가 그것.

먼저 ‘수능나라’는 학생들의 성적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기별 고사는 물론 모의고사와 학력평가 등 학생들이 치르는 모든 시험의 성적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성적이 언제 떨어지고 올라갔는지’ ‘학생이 특히 취약한 과목은 무엇인지’ 등 시기별·과목별 성적 변화 추이를 그래프로 볼 수 있다.

‘오답나라’는 학생 개개인의 문제점을 더 세밀히 짚어준다. 모의고사에서 ‘어느 과목과 단원이 취약한지’ ‘어떤 난도의 문제를 틀리는지’를 분석한 후 이를 DB화 한다. 상담을 원해 찾아오는 학생들에겐 이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개인별 취약점을 알려준다.

‘상담나라’는 진로지도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3∼4월 진행하는 적성검사결과가 맨 처음 입력된다. 이 결과는 학생들이 인문계·자연계를 결정할 때나 대입에서 지원학과를 선택할 때 참고된다.

담임교사는 DB화 된 세 가지 사항을 바탕으로 학생의 성적과 취약점, 원하는 진로와 개인별 적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담을 진행한다.

올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정시모집에 합격한 송지훈 군(19)은 “맨 처음 상담을 갔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내 성적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며 언어영역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상담 때마다 내 성적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자극도 되고, 공부를 하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 꿈과 특기를 살려주는 동아리 활동
정규수업이 끝나고 자율학습이 시작되는 오후 5시. 1학년 이가을 양(17)은 다른 학생과 달리 지하 2층 실험실로 향했다. 실험실에서는 레고로봇동아리 ‘상상’의 대회준비가 한창이었다. 이 양은 “평소에는 점심시간이나 수업을 마치고 2시간 정도 동아리활동을 한다”면서 “요즘엔 ‘2010 아시아태평양 로보페스트’ 대회 준비로 하루 8시간씩 레고로봇과 싸움 중이다”라고 말했다. 상상은 레고로 로봇을 만들고 이를 조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구축하는 동아리. 지난해 미국 미시건주 로런스공대에서 열린 ‘월드 로보페스트 2009 챔피언십’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시니어게임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포항공대에서 열린 ‘제5회 전국창작기능 로봇경진대회’에선 경기부문 대상과 은·동상, 창작부문 은·동상을 받았다.

안산동산고는 총 60개 동아리가 운영된다. △자연과학 △예체능계 △인문·사회과학 △취미·봉사·종교 등 동아리 운영 목적과 활동분야도 다양하다. ‘클레이 애니메이션반’은 지난해 전국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동산오케스트라’는 매년 졸업생과 함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주회를 연다.

동아리 활동이 공부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상상에서 활동했던 현정이 양(19)은 “선생님이 공부와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시간관리를 해주고, 동아리 선배들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볼 수 있어 오히려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동아리에서 내 꿈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목표의식이 강해졌고, 이번 대학입학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 양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합격이 결정됐다. 안산동산고는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적극 진행한다. ‘푸른 교사 공부방’은 이 학교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봉사활동 프로그램. 지역 내 저소득층가정이나 사회보호대상자의 초·중학생들을 안산동산고 학생들이 직접 지도한다. 학생마다 주 1회씩 매달 네 번 봉사활동을 한다. 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지난해에는 학생 180명이 푸른 교사에 지원했다.

푸른 교사로 활동 중인 1학년 양현정 양(17)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교사인 나의 꿈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대학진학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 때마다 교육일지를 작성하고, 이를 담임선생님께서 관리해준다”고 말했다.

○ 자율고로 전환
안산동산고는 지난해 7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승인 받아 올해부터 체제를 전환해 운영된다. 이에 따라 영어와 수학·과학 분야의 인재를 집중 양성할 계획. 우선 과학과목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학생들은 1학년 때 공통과학과 과학Ⅰ 과정을 함께 배우고, 2학년 때 과학Ⅱ 과정, 3학년 때는 실험과 토의를 바탕으로 한 심화과학 과정을 배운다. 1학년 때 공통과학을 배운 뒤 2, 3학년 때 각각 과학Ⅰ,Ⅱ를 배우던 기존 과정에 비해 더 수준 높은 과학수업을 제공한다는 것. 외국어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외국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반을 별도 편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토익 등에서 일정 점수를 받아야 졸업이 가능한 ‘영어인증제’의 구체적인 운영방안도 논의 중.

이 학교 김재영 교감은 “단순히 명문대 진학이 목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가치 있고 질적으로 우수한 수업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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