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호랑이 관련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이 국내 자연 지명 10만509개 가운데 호랑이 관련 지명을 조사한 결과 0.4%인 389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남이 74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경북 71개, 경남 51개 순이었다.
전남에서 호랑이 관련 지명으로 대표적인 곳이 전남 고흥군 과역면 복호산(伏虎山). ‘복(伏)’자를 써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듯한 산의 모양새를 나타낸 것으로 부산 동래구 명륜동과 경북 성주군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설화와 얽힌 지명도 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견두산(犬頭山)은 원래 ‘호두산(虎頭山)’으로 불리던 곳이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이 많아 읍내에 호석(虎石)을 세우고 산 이름을 호랑이가 아닌 개를 뜻하는 견두산으로 바꿨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진도군 고군면 신비의 바닷길에도 호랑이 관련 마을 이름이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바닷길이 시작되는 회동마을의 옛 지명은 ‘호동(虎動)’으로 불렸다고 한다. 호랑이 피해가 심해 마을 사람들이 건너편 섬 모도로 삶터를 옮기면서 ‘뽕할머니’가 혼자 남겨졌는데, 이후 뽕할머니가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게 해 달라”며 매일 용왕에게 기도를 올렸고 이에 감복한 용왕의 도움으로 바닷길이 열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곡성군 고달면에는 ‘호랑이가 살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호곡(虎谷)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한때 30여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10가구가 채 되지 않는다. 해남군 옥천면에는 원경산 오른쪽에 ‘백호리(白虎里)’가 있고 ‘백호방죽’과 ‘백호제(白虎堤)’가 있다.
호랑이 지명은 대부분 육지에 많지만 신안군 흑산면 ‘호장도’는 바다에 위치한 호랑이 관련 지명이다. 지형이 호랑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는 호랑이같이 사나운 사람이 산다고 해 ‘백호도(白虎島)’로 불리다 1897년 백야도로 바뀌었다.
박병철 한국지명학회장(서원대 국문과 교수)은 “지역 특성상 산악지대가 많아 호랑이 지명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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