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호랑이처럼 힘차고 씩씩하게 자라라”■ 경인년 첫날 분만실 가보니불임 마음고생 부부감격의 쌍둥이 출산황금돼지띠 딸 이어백호 해 득남 기쁨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1일 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
전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진통에 땀으로 범벅이 된 산모는 눈도 똑바로 뜨지 못했다. 산모의 가쁜 숨소리에 남편은 두 손을 모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정확히 새해 0시 0분에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 “2.48kg 건강한 백호 왕자님입니다.” 간호사와 아빠, 엄마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산모 이성신 씨(26)가 아기를 품에 안고 “아가야, 너 낳으려고 내가 태어났나 보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 김윤호 씨(32)는 주위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태양처럼 밝고 큰 사람이 되라고 처음에 태명을 ‘태양’이라고 지었는데, 새해에 태어나는 복덩이가 된다고 하기에 ‘태복’으로 바꿨다”며 “60년 만의 백호해 첫날 태어난 만큼 백호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바로 옆 수술실에서 정수진(31·여) 허정무 씨(40) 부부도 새해 첫날 큰 선물을 받았다. 건강한 쌍둥이 남매를 낳은 것. 0시 정각에 태어난 3.21kg의 남자 아기는 보람이, 1분 뒤 태어난 2.6kg의 여자 아기는 아람이다. 이 부부는 2006년 결혼한 후 내내 아이를 원했지만 임신이 쉽지 않아 애를 태웠다. 2007년 여름 시험관 수정으로 첫아이 임신에 성공했다가 유산돼 힘든 시기를 겪었고,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었다. “아내가 긍정적이고 밝아 실패가 거듭돼도 조급해하지 않았어요. 그 덕분에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큰 복을 얻은 것 같아요.”
이날 서울 중구 묵정동 관동대의대 제일병원에서도 ‘흰호랑이’들이 태어났다. 전성연(36·여) 이희열 씨(37) 부부는 지난해 결혼을 하고 올해 첫아이를 낳았다. “지난해가 사랑을 배운 한 해였다면 올해는 새해 첫날부터 큰 축복을 받은 만큼 그 사랑에 감사하는 한 해로 살겠습니다.” 3.09kg 건강한 딸아이의 태명은 ‘채식’. 이 씨는 “아내가 채식주의자라 아기 태명을 채식이로 지었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에서는 출산예정일을 넘기는 바람에 백호가 된 행운아도 있었다. 김혜미(35·여) 이동규 씨(34) 부부는 지난해 12월 30일이 출산예정일이었다. 일부러 새해에 낳으려 한 것도 아닌데 예정일보다 늦어졌다. 새해 첫날 0시에 태어난 아들은 이들 부부에게는 둘째 아이다. 2007년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맏딸 서연 양은 “아가야 얼른 나와라. 보고 싶다”며 동생을 기다렸다. 남편 이 씨는 “황금돼지해와 백호해에 딸과 아들을 낳으니 정말 든든하다”며 “우리 네 식구가 모두 건강하고 행운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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