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0분 ‘희망의 울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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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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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호랑이처럼 힘차고 씩씩하게 자라라”■ 경인년 첫날 분만실 가보니불임 마음고생 부부감격의 쌍둥이 출산황금돼지띠 딸 이어백호 해 득남 기쁨도

1일 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에서 15시간 진통 끝에 ‘흰호랑이’를 낳은 산모 이성신 씨가 아기를 품에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철민 기자
1일 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에서 15시간 진통 끝에 ‘흰호랑이’를 낳은 산모 이성신 씨가 아기를 품에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철민 기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1일 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

전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진통에 땀으로 범벅이 된 산모는 눈도 똑바로 뜨지 못했다. 산모의 가쁜 숨소리에 남편은 두 손을 모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정확히 새해 0시 0분에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 “2.48kg 건강한 백호 왕자님입니다.” 간호사와 아빠, 엄마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산모 이성신 씨(26)가 아기를 품에 안고 “아가야, 너 낳으려고 내가 태어났나 보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 김윤호 씨(32)는 주위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태양처럼 밝고 큰 사람이 되라고 처음에 태명을 ‘태양’이라고 지었는데, 새해에 태어나는 복덩이가 된다고 하기에 ‘태복’으로 바꿨다”며 “60년 만의 백호해 첫날 태어난 만큼 백호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바로 옆 수술실에서 정수진(31·여) 허정무 씨(40) 부부도 새해 첫날 큰 선물을 받았다. 건강한 쌍둥이 남매를 낳은 것. 0시 정각에 태어난 3.21kg의 남자 아기는 보람이, 1분 뒤 태어난 2.6kg의 여자 아기는 아람이다. 이 부부는 2006년 결혼한 후 내내 아이를 원했지만 임신이 쉽지 않아 애를 태웠다. 2007년 여름 시험관 수정으로 첫아이 임신에 성공했다가 유산돼 힘든 시기를 겪었고,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었다. “아내가 긍정적이고 밝아 실패가 거듭돼도 조급해하지 않았어요. 그 덕분에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큰 복을 얻은 것 같아요.”

이날 서울 중구 묵정동 관동대의대 제일병원에서도 ‘흰호랑이’들이 태어났다. 전성연(36·여) 이희열 씨(37) 부부는 지난해 결혼을 하고 올해 첫아이를 낳았다. “지난해가 사랑을 배운 한 해였다면 올해는 새해 첫날부터 큰 축복을 받은 만큼 그 사랑에 감사하는 한 해로 살겠습니다.” 3.09kg 건강한 딸아이의 태명은 ‘채식’. 이 씨는 “아내가 채식주의자라 아기 태명을 채식이로 지었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에서는 출산예정일을 넘기는 바람에 백호가 된 행운아도 있었다. 김혜미(35·여) 이동규 씨(34) 부부는 지난해 12월 30일이 출산예정일이었다. 일부러 새해에 낳으려 한 것도 아닌데 예정일보다 늦어졌다. 새해 첫날 0시에 태어난 아들은 이들 부부에게는 둘째 아이다. 2007년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맏딸 서연 양은 “아가야 얼른 나와라. 보고 싶다”며 동생을 기다렸다. 남편 이 씨는 “황금돼지해와 백호해에 딸과 아들을 낳으니 정말 든든하다”며 “우리 네 식구가 모두 건강하고 행운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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