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외국인 바라보는 시선 많이 달라졌구나 몸으로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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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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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말말말’ 20인, 2009년을 보내며

《“욕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합니다.” “외국인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존중해 주세요.” 동아일보는 2009년 연중기획 ‘달라도 다 함께-글로벌 코리아, 다문화가 힘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다문화 특집면 우측 상단에 얼굴사진과 함께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에 관한 한마디를 넣는 ‘다문화 말말말’을 실었습니다. 200자 남짓한 짧은 내용이었지만 이들이 준 메시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이 코너엔 2월 11일자 네덜란드 출신 존 세픽 씨부터 이달 9일자 몽골 출신 암수랭후 밧후 씨까지 모두 40명이 등장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이들과 접촉해 ‘말말말’을 들어봤습니다. 동아일보 다문화 기획 1년에 대한 평가와 느낌, 다문화사회로 급변하는 한국에서 올 한 해를 보낸 소감을 소개합니다.
정리=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경북도청 인턴 근무 자랑스러워”
○ 멍흐체첵(24·몽골 출신·경북 영천시)

“경북도 자유무역협정(FTA) 농축산대책과에서 행정인턴으로 근무하게 돼 무척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첫 출근 다음 날 몽골의 공무원들이 경북으로 지적관리 연수를 오셨는데 통역을 했다. 제가 몽골과 경북의 농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 내년에도 몽골과 경북이 우정과 협력을 잘 이어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년엔 이민자도 똑같이 대우받길”
○ 손화이진(45·중국 출신·울산)

“동아일보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훌륭한 기획기사를 써줘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외국 이민자들이 바라는 것을 기사에서 잘 짚어줬다. 이 기사 덕분인지 우리를 대하는 한국인들의 자세도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이민자들도 한국인과 똑같이 대우받는 내년이 됐으면 한다.”


“한국어 배울 수 있는 시스템 절실”
○ 이선영(35·중국 출신·광주 북구 양산동)

“지난해 광주 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거쳐 올 7월부터는 광산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역 및 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회 적응에 가장 큰 문제가 언어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일할 직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마을 어르신들 잘 대해줘 고마워”
○ 드피엔(26·베트남 출신·전남 무안군 해제면)

“2005년 한국에 시집 와 계속 무안에서 살고 있다. 한국이 ‘부자나라’라는 말을 듣고 베트남에서 다니던 회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됐다. 많은 돈을 벌고 싶지만 농사만으로 돈벌기는 힘든 것 같다. 시골 인심이 좋아 그런지 마을 어르신들이 너나없이 외국인 주부들에게 잘 대해 준다.”


“아이들 대학 보내려니 교육비 걱정”
○ 전가번(31·베트남 출신·전남 무안군 해제면)

“처음 왔을 때 한국말을 전혀 몰라 매우 힘들었다. 농촌에는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전문교육기관이 없다.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면서 한국말을 배웠다. 두 아들들을 대학까지 보내야 할 텐데 비싼 교육비가 걱정이다. 직장에 다니고 싶은데 막상 농촌에는 농사일 말고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 친구들 외로울 때 큰 위로”
○ 리웨이린(28·중국 출신·부산외국어대 통역번역대학원)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혼자 외국에 와서 생활하니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데 주위의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 많이 챙겨준다. 타향에 혼자 떨어져 있을 때 사실 힘겹다. 가족이 그립거나 몸이 아플 때도 그렇다. 내게 주변 친구들은 이럴 때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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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능력시험 4급 합격 만족”
○ 최샤오링(29·중국 출신·강원 춘천시)

“한국어능력시험 4급에 합격했다. 중급 수준이지만 만족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춘천에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과 함께 연극을 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한국어 실력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에 온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한국 생활이 매우 편하다.”


“총학선거서도 유학생 배려… 감동”

○ 야이라 마흐마트쿨로바(23·우즈베키스탄 출신·부산외국어대 한국어문학부 2학년)

“얼마 전 총학생회장 선거가 끝났다. 다른 나라 총학 선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번 총학 선거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다양한 선거운동이 나왔다. 외국어로 된 선거공약집과 외국어 거리유세, 유학생을 위한 정책 등. 외국인 유학생에게 자상함을 보이는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베트남 동화 한국어로 번역 보람”

○ 이수진(26·베트남 출신·강원 춘천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강원 춘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동화책을 만든 것이다. 모국의 동화를 한국어로 번역했는데 한국어가 서툴러 남편이 많이 도와줬다. 삽화도 남편이 그렸고 CD 녹음 작업도 함께 했다. 이달 중 우리가 만든 책이 출간되면 동화 구연을 원하는 어린이집을 방문해 직접 동화를 읽어줄 예정이다.”


“中돌아가면 한국 좋은 점 알릴 것”
○ 장라이샤(27·중국 출신·경원대 대학원 박사과정)

“한국의 서울이나 경기도처럼 중국에도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 있다. 그러나 중국에는 한국의 다문화 같은 표현이 없다. 한국은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1년쯤 뒤 공부를 마치면 중국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며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느꼈던 좋은 점들을 꼭 소개할 것이다.”


“가족같이 좋은 사람들 만나 기뻐”
○ 벤슨 K 체셍게(24·케냐 출신·단국대 전자컴퓨터공학부 4학년)

“동아일보 취재를 통해 다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남다른 ‘네트워킹(관계)’을 보면서 다문화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한국에서는 친구나 선후배도 가족 이상의 관계를 만든다. 가족같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유학 생활 중 가장 큰 결실이다.”


“이민자 성공사례 더 많이 보도를”
○ 이금숙(38·중국 출신·충남 논산)

“동아일보가 다문화에 관심을 가져 준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에서 성공적인 삶을 조명해 주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야 그들처럼 살아보려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소한 실수는 애교로 봐줬으면”
○ 이나라(29·몽골 출신·울산 북구 상안동)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도 이제 한국 어린이들과 잘 어울리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다. 결혼 이민자를 보는 한국 사람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에서 우리와 같은 다문화가족들을 위한 배려를 많이 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외국인의 사소한 실수는 애교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웃어른 공경하는 한국문화 인상적”

○ 카말라 칸난(32·인도 출신·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한국에 살면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점은 바로 웃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다. 인도나 다른 나라에도 예의 있는 어투나 말투가 있지만 어른 존경 문화가 희박해 처음에는 어렵고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정 많은 한국 사람들 덕분에 편안하게 한국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추석 때 쉬는 날 너무 짧아 실망”

○ 아오모리 쓰요시(38·일본 출신·전북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올해 추석은 토요일이었다. 한국은 일본과 다르게 공휴일이 휴일과 겹치더라도 그날만 쉰다. 그래서 올해 추석은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쉬는 날이 적다. 일본은 1년 중 공휴일이 없는 달은 6월과 8월뿐, 다른 달은 하루 이상의 공휴일이 있다. 한국에서도 공휴일이 휴일과 겹치면 하루 더 쉬게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교육-취업지원 프로그램 많아지길”
○ 샤오홍사(33·중국 출신·부산 사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요즘 다문화가정을 위한 보건복지사업들이 잘 이루어지고,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 결혼 이주민들을 위한 교육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다른 이민자들도 좋은 직장에 취업해 다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딸 봐준 공부방 선생님께 감사”
○ 아델라 아도리오(42·필리핀 출신·서울 관악구)

“올해가 다 가기 전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준 서울대 학생들에게 우선 고맙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모범생 딸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 주민센터 공부방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다른 외국인들 생각 비슷해 공감”
○ 뮤잠멜(24·말레이시아 출신·인하대 대학원 석사과정)

“‘글로벌코리아 다문화가 힘이다’란 동아일보의 연중 기획물을 보면서 다른 외국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컸다. 사실 아직 한국 사회가 외국인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동아일보의 기획보도를 통해 한국인들이 다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남성 외국인에게도 따뜻한 배려를”
○ 마밍지에(28·중국 출신·인하대 대학원 박사과정)

“먼저 동아일보에서 외국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린다. 한국 생활에서 아쉬운 점은 한국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한국어를 배울 때 저 같은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은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 남성 외국인에게도 따뜻한 배려를 해주길 부탁한다.”


“외국어에 대한 관심 늘어났으면”
○ 페르난도 레이카(33·스페인 출신·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교수)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한국과 일본은 정말 달랐고 한국과 중국도 달랐다. 한국에서 사는 데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학교 밖으로 나가면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스페인어는 그렇지 않다. 외국어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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