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창녕식 정책선거 착착 ‘郡守비리’ 오명 씻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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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정책 제안→선거 공약화 노력→정치자금 후원→의원 불러 이행 점검→다음 선거 반영

2006년 5월부터 1년 7개월 동안 군수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를 정도로 비리사건이 잇따랐던 경남 창녕군에서 ‘매니페스토(정책선거) 운동’이 뿌리 내리고 있다. ‘바른 선거를 위한 창녕군민 모임(창녕바선모)’이 주도하는 이 운동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다.

○ 새로운 정치 실험

최근 창녕군청 대회의실에서는 주민과 공무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녕발전 7대 정책공약 이행 점검대회’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주인(유권자)’이 ‘심부름꾼(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46)을 불러 선거 공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따지는 자리. 행사는 석종근 바선모 고문(진해시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이 정책선거에 대한 특강을 한데 이어 경과보고와 공약 추진 상황보고,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조 의원이 내걸었던 주요 공약은 △대구지하철 창녕 연장 △외국어교육특구 지원 확대 △낙동강변 레포츠공원 조성 △대규모 위락시설 조성 등 7가지. 진성권 전 창녕공무원노조 사무국장은 “외국어 교육특구에 대한 지원에 앞서 우수 학생 해외연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수열 음식업연합회 창녕지부장은 “우포늪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주변에 먹을거리가 마땅하지 않다”며 “위락단지를 조성할 때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 의원은 “우포늪이 정부가 추진하는 생태관광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며 “늪 주변지역 주민 소득 창출 문제와 연계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하철 노선 연장이 당장 어려우면 인근 대구 달성군 현풍까지라도 끌어와야 한다”거나 “4대강 살리기 사업 낙동강 보(洑) 이름에 ‘창녕’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대변인인 조 의원은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 관심이 구체적이었다”며 “약속을 다시 챙겨 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 매니페스토 사이클 8단계 도달

창녕바선모는 ‘주민 정책 제안→후보자에게 반영 요구→후보자 공약화→공약 검증 토론회→공약 감안 투표→주민 정치자금 제공→당선인 공약 이행 노력→이행 상황 점검→다음 선거 반영’ 등 자체적으로 설정한 매니페스토 사이클 9단계 가운데 8단계까지 잘 진행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 노력이 컸다. 공약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정치후원금 4300여만 원도 기탁했다. ‘심부름 값’을 주고 일을 시키겠다는 취지.

‘새 정치실험’ 교과서에 실려

창녕에서 ‘공명선거 바람’이 분 것은 2007년 12월 19일 치러진 군수 보궐선거 무렵이었다. 당시 창녕바선모와 공무원노조, 이장연합회 등이 공명선거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모범적인 선거를 만들어 냈다. 이후 ‘유권자 선언’과 정치자금 기탁 운동이 펼쳐졌다. 이 같은 내용은 2010년 고등학교 사회교과서(한솔교육) 254쪽에 ‘새로운 정치실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다. 창녕바선모 정영환 대표는 17일 “바람직한 민주주의와 깨끗한 정치는 유권자들이 공약을 꼼꼼히 챙기고 독려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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