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섬마을 소녀가장 “4개 대학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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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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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고 장효선 양 고려-인하대 등 동시 합격 화제
“학비 막막하지만 열심히 공부해 약자 도울래요”

인천 강화군의 외딴 섬인 교동도에 살고 있는 소녀가장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4곳의 주요 대학에 동시에 합격해 화제다. 1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교동고 3학년 장효선 양(18·사진)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인하대 동양어문학부, 명지대 법학과, 건국대 영어영문학과에 동시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장 양은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4학년 재학 중 어머니가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와도 연락이 끊겨 할머니(85)가 살고 있는 교동고로 전학했다. 장 양은 현재 할머니를 돌보며 고1 쌍둥이 여동생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실질적인 소녀가장이다. 할머니는 일정한 수입이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생활비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장 양은 이런 자신의 처지와 가족의 생활을 글로 써 시 교육청이 지난달 주최한 ‘효행실천사례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장 양은 “대학 합격의 기쁨보다 앞으로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더욱 마음이 무겁다”며 “사실 동생과 할머니 뒷바라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장 양은 이런 고민 때문에 강화도에서 가까운 인하대로 최종 진학을 결정했다.

장 양은 이날 “외교관이나 기자가 돼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거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양은 대학 입학 뒤에도 등록금과 수업료, 책값, 생활비 등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건호 담임교사는 “효선이는 가정 형편이 어렵고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는데도 항상 밝고, 공부도 반에서 1∼3등을 하는 우등생”이라며 “효선이가 계속 공부할 수 있게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양과 여동생들은 수업료 면제, 점심. 저녁식사 제공, 장학금 지급 등 교동고 측의 배려로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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