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상해범 ‘반토막 처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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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중처벌’ 잘못 적용… 검찰은 항소 안해

법원은 법리 적용을 잘못해 법정 최저 형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형을 선고하고 검찰은 이에 항소도 하지 않아 강간상해범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기택)는 부인의 직장 동료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 성폭행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된 장모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 씨가 강도상해죄로 지난해까지 징역형을 살고 올해 7월 또 강간상해죄를 저질렀으므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누범 가중을 해야 하는데 1심은 특강법 대신 형법을 적용했으므로 파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 씨를 특강법에 따라 10년 이상 25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하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며 1심대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강법은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 받은 뒤 3년 이내에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법정 형량의 상·하한을 모두 2배 높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하한은 그대로 두고 상한만 높이도록 한 형법을 적용해 장 씨에게 ‘5년 이상 25년 이하’의 잘못된 법정형을 적용했고 검찰은 이를 모른 채 항소를 포기했다.

결국 장 씨는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자신의 죄에 해당하는 법정형의 절반밖에 안 되는 처벌을 받게 됐다.

항소심 판결로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자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할 때 특강법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직권으로 특강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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