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과 친구 됐어요]2009년 2월∼12월 캠페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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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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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의 축복’… 변호사 등 1195명이 1453명에 17억 후원

올해 3월 ‘2009 함께하는 희망찾기―변호사님과 친구됐어요’ 캠페인에서 자매결연한 현아 양(가명·오른쪽)이 김영지 변호사(왼쪽)에게서 학습용 전자사전을 선물 받고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3월 ‘2009 함께하는 희망찾기―변호사님과 친구됐어요’ 캠페인에서 자매결연한 현아 양(가명·오른쪽)이 김영지 변호사(왼쪽)에게서 학습용 전자사전을 선물 받고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언니가 도와준 덕분에 3년 장학생으로 특성화고에 입학하게 됐어요.” 이달 4일 법무법인 율촌의 김영지 변호사(28·여)에게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올해 초 동아일보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서울시교육청이 변호사와 저소득층 학생을 일대일로 자매결연해 주는 사업을 통해 만난 현아(가명·15·중3)의 들뜬 목소리였다.

이들은 3월 동아일보가 나눔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한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 캠페인-변호사님과 친구됐어요’를 통해 만난 이후 돈독한 자매의 정을 나눠왔다. ▶본보 3월 9일자 A1면 참조》
市교육청 장학모금의 61%
“가장 성공한 기부 릴레이”


올해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김 변호사는 소송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집이 있지만 잠잘 시간도 모자랄 만큼 바빠 강남구 삼성동 회사 앞에 오피스텔을 따로 얻을 정도였다. 2005년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한 직후 친구같이 다정했던 어머니가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신 뒤 그는 힘들어도 남들에게 쉽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다. 하지만 현아에게는 남달랐다. 틈나는 대로 친언니처럼 학창 시절 얘기나 바쁜 일상을 쉽게 털어놓았다. ‘남을 돕는 변호사가 되라’는 어머니의 유언이 맴돌아 입사하자마자 맺은 첫 번째 인연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현아는 김 변호사의 호의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좀 지나면 바빠서 그만두겠지’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거의 매달 현아에게 필요한 참고서를 골라 보내줬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 되는 현아에게 김 변호사가 보내준 인터넷 강의 교재는 좋은 ‘과외 선생님’이 됐다. 또 3월에 ‘두 자매’의 사연이 보도된 뒤 한 독자로부터 최신형 컴퓨터도 선물받아 인터넷 강의를 수월하게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최근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특성화고에 3년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현아는 김 변호사에게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자기 일처럼 좋아했고 앞으로도 필요한 책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다. 그는 “엄마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하루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 나눔 바이러스, 법조계 밖까지 번져


자매결연을 한 학생에게 2년간 매달 5만 원씩 전달하는 ‘변호사님과 친구 됐어요’ 캠페인은 2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캠페인에 대한 호응은 폭발적이었고 이달 16일 현재 총 1083명의 변호사가 1353명의 결연 학생을 돕고 있다.

개별 변호사는 물론이고 대형, 중소 로펌들의 참여가 잇따랐고, 기업에서 일하는 이른바 ‘인하우스(In-house)’ 변호사들도 동참했다. 일부 현직 판·검사들도 “참여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해왔다. 변호사들이 나눈 사랑은 법조계 밖으로까지 번져나갔다. 10월에는 112개 공공기관의 감사 모임인 ‘선진화감사포럼’ 소속 회원 112명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나섰다. 변호사와 감사들은 1차 약정기간인 2년 동안 모두 1453명의 학생들에게 17억4360만 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들은 결연 학생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을 후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 변호사처럼 필요할 때마다 후원 학생의 멘터(조언자) 역할도 한다.

서울변호사회는 1999년부터 소년소녀 가장 및 수감자 자녀 돕기 장학사업을 벌여왔다. 올해 2월 새 집행부가 출범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김현 회장은 회원 변호사 전원이 연간 5회의 무료변론을 하고 소득의 1%를 기부하는 운동을 벌이는 등 사회공헌을 확대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동아일보가 펴고 있는 연중 캠페인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의 취지와 맞아떨어졌다. 양측은 곧바로 3월 서울시교육청과 공식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기준)’를 실천하자는 이번 캠페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 만에 후원약정 금액이 10억 원을 넘어섰고, 두 달 만에 후원 학생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 “역대 가장 성공적인 나눔 캠페인”

서울시교육청은 처음에는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이번 캠페인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기도 했다. 교육청은 올해만 해도 이 캠페인을 비롯해 외부 기관과 함께 9개의 장학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당초 기대만큼 이뤄진 사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예상치 못한 큰 호응과 공기업 감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예년보다 후원액수가 늘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9개 장학사업을 통해 지원하기로 약정한 금액은 모두 4600명에게 28억3500만 원. 이 가운데 61%가 희망찾기 캠페인의 지원액이다.

김현 서울변호사회장은 “10년째 이어진 서울변호사회의 소년소녀가장 돕기 사업 참여 변호사가 340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캠페인은 변호사 단체가 추진한 역대 사회공헌 활동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2009 함께하는 희망찾기―변호사님과 친구됐어요’ 캠페인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들이 변호사들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
‘2009 함께하는 희망찾기―변호사님과 친구됐어요’ 캠페인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들이 변호사들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
■ 중학생 영규와 이재은 변호사의 편지 대화

“꼭 외과의사가 돼 나같은 아이들에 베풀고 싶어요”
“어려움은 사람을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든단다”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영규(가명·14) 군은 올해 초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흘린 눈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는 사람의 옷가게에서 일하며 수년 동안 위암으로 고생하던 아버지 병수발을 들었다. 외아들인 영규가 기죽을까봐 빠듯한 형편이지만 영규의 학교 뒷바라지에도 애를 써왔다. 영규가 올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생활은 더욱 쪼들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어린 영규가 충격을 받을까봐 눈물마저 애써 삼켰다. 하지만 올봄 영규의 학부모 모임에 초청된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급식비를 내야 하는 월말이면 영규가 선생님의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최근 어머니는 급식비 걱정을 덜게 됐다. 얼굴도 모르는 한 변호사가 앞으로 2년 동안 영규의 급식비와 학교 운영비로 매달 5만 원씩을 내기로 한 것이다.

영규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힘없는 아빠의 손을 잡고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꼭 외과의사가 돼서 나처럼 아픔을 느낀 아이들에게 베풀고 살겠노라’고. 영규는 최근 “아빠와 한 약속을 변호사님과도 하고 싶어요. 이러한 좋은 깨달음 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내용의 감사 편지를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으로 보내왔다.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변호사님과 친구 됐어요’ 캠페인을 통해 영규와 자매결연을 한 법무법인 태평양 이재은 변호사(29·여)는 최근 답장을 보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큰일을 겪고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같은 아픔을 느끼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영규가 참 멋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어려움은 사람을 단단하고 강하게 만든다”며 “영규는 쉽게 살아온 다른 사람보다 더 크고 강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았다. 최근 서울변호사회에는 이처럼 이번 캠페인을 통해 도움을 받은 학생들의 감사의 편지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5만 원과 편지 한 통, 어쩌면 일반인에게 큰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영규처럼 절망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아이에겐 작지만 따뜻한 후원금과 격려가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한다. 동아일보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서울시교육청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매달 ‘5만 원의 사랑’을 전하는 이번 캠페인을 2월 중순부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16일 현재 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겠다며 캠페인에 참여한 변호사가 1083명에 달한다.

이번 캠페인이 알려지면서 동아일보 독자서비스센터 등에는 도움을 받고자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여러 건 들어왔다. 그러나 지원자 선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서 추천받은 학생 가운데에서 후원대상 학생을 직접 선정하고 있어 일일이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정부로부터 급식비 등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보다는 후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차상위계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대상 학생을 정하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변호사 1083명 1353계좌 16억2360만 원 (16일 현재·가나다순)


권순억 김기정 김영환 문장운 박경주 송영숙 안지현 정종욱 황성재(10월 1일 이후 접수분)

후원 참여를 희망하는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02-3476-0986, www.seoulbar.or.kr)에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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