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선 상지대 교수(51·친환경식물학부·사진)는 팔방미인이다. 야생화를 렌즈에 담는 사진작가이고 지역 오케스트라에서는 트럼펫과 바리톤을 연주한다. 또 노인복지관 등에서는 일본어 명강사로도 인기가 높다.
정 교수가 사진에 본격적으로 매달린 것은 10여 년 전. 육종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직접 야생화 자료 수집에 나섰다. 주말마다 산과 들에 나가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전문가 수준이 됐다. 올해 6월에는 한국자생식물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공동 전시회를 열고 야생화 사진 10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음악과의 인연은 사진보다 훨씬 길다. 충북 청주시 주성중에 입학해 밴드부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런데 밴드부에 들어간 이유가 이채롭다. “음악은 좋아하는데 노래를 너무 못 불렀어요. 그래서 악기라도 하나 꼭 연주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정 교수는 밴드부에서 튜바와 비슷한 악기인 바리톤을 불었다. 청주고에 진학해서도 밴드부 생활은 계속됐고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취미 삼아 트럼펫도 배웠다. 1989년 상지대에 자리 잡은 그는 다음 해에 학생들을 모아 상지심포니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뒤 지휘를 맡았다. 지휘를 위해 1994년에는 강원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정식으로 음악을 배웠다. 그러나 상지심포니 활동은 1997년 수도권 통학버스가 생기면서 막을 내렸다. 학생들이 지역 거주 대신 통학버스를 이용하면서 단원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1996년 아파소나타 윈드 오케스트라에 바리톤 연주자로 입단했다. 음악 전공자들이 상당수 포함된 실력파 오케스트라다. 그리고 2004년에는 원주의 음악동호인 50여 명과 함께 크리스챤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그는 이 2개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매년 수차례 무대에 서고 있다.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일본어 실력이 뛰어나다. 1980년대 유학시절 3년간 NHK 국제국에서 아르바이트 아나운서로 일했을 정도.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 때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개회사를 동시통역하기도 했다.
이런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그는 원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일본어 교실을 운영했다. 1990년 지역의 한 기관 요청으로 시작한 것이 11년 동안 계속됐다. 항상 30명 정원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보니 지역 내 일본어 학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항의를 받기도 했다. 2007, 2008년에는 노인복지회관에서 노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 상지대에서는 전공수업과 별도로 교양 초급일본어를 강의했다. 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일본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2006년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에 편입해 지난해 졸업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요즘 결혼식 주례 선생님으로 자주 불려 다닌다. 대부분 제자들의 요청인데 정 교수는 “2분 40초 분량의 짧은 주례사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주례사에는 항상 꽃 이야기가 들어있다.
“필시 우리도 들꽃 같아야 합니다. 지나친 욕심일랑 버리고 때 되면 제자리에서 피어나 들꽃처럼 세상을 수놓아야 합니다. 이 자리에 선 신랑, 신부도 때를 따라 피어나는 들꽃처럼 이웃과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 가는 귀한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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