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의 ‘민간 사찰’ 인터뷰 기사, 기자가 원진술 가공… 그런 사실 없어”

  • 동아일보

박원순 씨, 재판부에 답변서

‘국가정보원이 민간 사찰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주간지 위클리경향과의 인터뷰 기사 때문에 국정원으로부터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3)가 “인터뷰 기사는 기자가 원(原)진술을 가공한 것으로 그런 내용대로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박 상임이사는 최근 이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임채웅)에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박 상임이사는 8쪽짜리 답변서에서 국정원의 소송 제기에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반박했다.

첫째는 국정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것. 그는 “국정원이 문제 삼는 기사 부분은 인용부호를 사용해 마치 본인이 그대로 진술한 것처럼 표현됐다”며 “기사는 본인의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기자가 원진술을 가공해 기사로 재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뷰 당시 자신이 했던 정확한 발언내용이 무엇이며, 위클리경향 기사에서 어떤 부분이 가공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국정원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 박 상임이사는 “국민 개개인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가졌다”며 “국가 모독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면 국가와 국민을 명예라는 법익을 기준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가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이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우선 원래 진술과 기사 사이의 차이를 제거한 뒤 어떤 부분이 불법 행위를 구성하는지 입증해야 한다”며 “보도 매체를 제쳐 두고 취재에 응한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위클리경향은 박 상임이사와의 6월 23일자 인터뷰 기사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 맺는 기업의 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입니다. 이는 명백한 민간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에요’라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박 상임이사가 허위발언을 해 국가 안보기관으로서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박 상임이사는 9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예훼손은 국정원이 아니라 국민이 당하고 있다”며 자신과 관련된 사찰 9건 등 모두 15건의 국정원 개입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으나 기사 작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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