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빠졌던 30대 최면수사 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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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머리 뚱뚱한 여자가 덮쳐” 진술
남편 내연녀 살인미수혐의 추가

5년 전 뇌사상태에 빠졌던 30대 주부가 부분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뒤 자신이 뇌사에 빠지게 된 동기를 검찰의 최면수사를 받으면서 기억해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준 것으로 밝혀졌다. 문모 씨(31)는 2004년 전남 광양시 자택에서 딸과 함께 잠을 자다 저산소로 인한 뇌손상으로 정신을 잃었으나 당시 뇌사에 빠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올 7월 내연남의 사무실 여직원 박모 씨(42)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 씨(43·여)에 대해 최근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씨가 내연남 A 씨(37)의 사무실 여직원을 살해한 것 외에 A 씨의 부인 문 씨의 목을 졸라 뇌사상태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씨는 2004년 6월 말부터 문 씨에게 ‘남편 A 씨와 잘 아는 누나’라고 속여 A 씨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러다 강 씨와 A 씨는 집에서 불륜을 저지르다 문 씨에게 들켜 세 사람이 크게 다퉜다. 이후 강 씨는 A 씨와 결혼하기 위해 문 씨를 살해하기로 하고, 같은 해 7월 27일 오후 11시경 잠을 자던 문 씨의 목을 졸라 뇌사에 빠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씨가 올 6월 박 씨에게 “A 씨를 만나지 말라”고 요구하다 끈으로 박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문 씨가 뇌사에 빠진 상황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요청해 강 씨에 대한 최면수사를 한 결과 문 씨가 기억하지 못했던 뇌사 당시 상황을 최면상태에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면식범의 범행으로 추정했던 검찰은 문 씨가 “집안 문을 잠그고 자는데 긴 생머리에 뚱뚱하고 체격이 큰 여자가 덮쳤다”고 진술한 것을 바탕으로 비슷한 체형의 강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강 씨는 “문 씨의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가 최근에는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잠결에 문 씨가 사고를 당해 평소에는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최면상태에서는 일부 기억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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