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진학담당 교사들이 보여준 공교육 희망

  • 동아일보


지난주 수능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은 지망 대학과 학과를 정하는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고3 학부모들이 사교육의 힘을 빌리고 싶은 유혹을 가장 많이 느끼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통 불확실한 것 뿐 입니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보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에서 거의 '초보'입니다. 입시 요강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교육은 불확실성의 산물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으면 사교육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엔 고교 교사들이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어느 대학에 지원하면 합격할 수 있을지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신뢰는 사교육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수능시험이 치러진 뒤 며칠만 지나면 대학 배치표가 나옵니다. '수능시험에서 몇 점 이상을 받으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합격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배치표 내용은 학원마다 달라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대학에 합격하려면 수능시험 말고도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학원을 찾아가거나 비싼 돈을 내고 개인 컨설팅을 받기도 합니다. 고3 교사 700여명이 가입한 전국진학지도협의회는 올해부터 학원 배치표에 맞서는 '대입 가이드'를 만들어 제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자신들이 가르쳤던 입시생들의 합격 불합격 정보, 올해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원이 제공하는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정보가 아닌, 실제 학교현장에서 수집된 생생한 데이터입니다. 수험생들이 입시 관문을 통과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여 교사들은 '학교가 사교육보다 나은 입시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공교육이 이처럼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발 벗고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공교육의 실용적 역할이 학교 전반에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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