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동물원 아프리카 출신들 느긋한 겨울나기

  • 동아일보

“관람객이 오히려 추운데 고생”
온돌바위로 등따습고 보양식으로 배부르고

따뜻하게 데워진 온돌 바위 위에서 일광욕 중인 사자 무리와 천장에 열등이 달린 야외 나무집에서 놀고 있는 오랑우탄(아래). 사진 제공 서울동물원
따뜻하게 데워진 온돌 바위 위에서 일광욕 중인 사자 무리와 천장에 열등이 달린 야외 나무집에서 놀고 있는 오랑우탄(아래). 사진 제공 서울동물원
2일 오전 10시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5도였다. 사람도 움츠리게 되는 매서운 날씨였지만 아프리카 대륙 출신인 롤런드고릴라 고리롱(43·수컷)은 야외 바위 위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열대우림에서 산다는 고릴라가 보기만 해도 엉덩이가 절로 시리는 바위 위에서 어떻게 버티는 걸까? 비밀은 바위 아래 코일 형태로 깔려 있는 열선에 있다.

○ 뜨뜻한 온돌 바닥

보통 동물원은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를 동절기로 정하고 10월 말이면 우리에 열등과 적외선 히터를 설치하며 동물들이 자주 드러눕는 바위나 바닥에는 열선을 가동한다.

서울동물원도 3년 전부터 추위를 타는 동물들의 집과 바위 등에 열선을 설치했다. 덕분에 겨울이면 동물들이 모두 실내로 들어가 썰렁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뜨뜻한 온돌 바닥에 앉아 일광욕을 하는 사자나 하마, 코뿔소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100주년을 맞아 이달 1일 공개한 유인원관에는 동물원 최초로 지력 발전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하 170m에 묻혀 있는 파이프들을 통과하면서 데워진 물이 응축기를 지나 40∼50도까지 올라가는 식. 바닥에 깔린 열선이나 실내 난방 모두 기존에 사용하던 도시가스 대신 지력 에너지를 활용한다. 고릴라와 오랑우탄, 침팬지 등이 유독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보통 1년 중 300일을 난방을 해왔던 만큼 동물원 측은 지력 발전 시스템 도입 이후 연간 도시가스 3만4000m³를 절약해 난방비 2500만 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내년부터는 지력 발전 시스템을 다른 동물 우리에도 확대 설치하고 하마 등이 사는 ‘제2아프리카관’에는 태양열 발전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육사들의 정성

동물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데에는 첨단 난방 기술도 있지만 사육사들의 정성과 노하우도 있다. 매년 겨울마다 사육사들이 온도 못지않게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먹이. 대부분 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은 온도 변화에 따라 스트레스를 쉽게 받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먹이에 비타민 등을 충분히 넣는다. 경기 고양시 테마동물원 쥬쥬에선 8m 비단구렁이에게 겨울철 보양식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한 끼에 오골계 6마리(7만2000원어치)를 먹인다.

서울동물원에서는 겨울철 둔해지는 동물들을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하려고 식사와 동시에 운동을 유도한다. 추위에 강한 재규어나 퓨마 등도 최대한 움직이면서 먹을 수 있도록 일부러 나무 꼭대기 등 높은 곳에 먹이를 꽂아준다. 추위를 많이 타 겨울철에 많이 움직이지 않는 사자에게는 비만을 막기 위해 살코기만 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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