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2부>② ‘저탄소 생활화’ 가르치는 수원 영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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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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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꽃술 흔들고 페트병 응원… 에코 운동회, 별건가요?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영덕고 학생들은 수업은 물론이고 동아리 활동, 체육대회, 축제 등 모든 교내 행사에서 ‘저탄소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올 6월에 열린 ‘에코-그린 체육대회’ 때 학생들이 손수 신문지를 이용해 만든 도구로 응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영덕고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영덕고 학생들은 수업은 물론이고 동아리 활동, 체육대회, 축제 등 모든 교내 행사에서 ‘저탄소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올 6월에 열린 ‘에코-그린 체육대회’ 때 학생들이 손수 신문지를 이용해 만든 도구로 응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영덕고
올 6월 초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영덕고 운동장. 1300여 명의 학생과 교사가 참석한 가운데 체육대회가 열렸다. 이맘때면 늘 열리는 체육대회지만 올해 풍경은 달랐다. 목청을 높여 응원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빈 페트병이 들려 있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신문지 응원도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체육대회의 콘셉트는 ‘에코-그린’. 저탄소 녹색성장 연구시범학교인 영덕고는 에코-그린 체육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는 ‘저탄소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김유진 교사(30·여)는 “에코-그린 체육대회를 연다고 하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친환경 응원도구를 만들었다”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어렵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쉽고 즐거운 저탄소 생활

이 학교 2학년 강동일 군(17)은 매일 오후 4시 20분 7교시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마음이 급해진다. 학교 건물 안팎을 돌며 100L짜리 재활용품 쓰레기봉투를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담긴 봉투를 처리장으로 옮긴 뒤 선별하는 것이 강 군의 일. 골라낸 음료수 캔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키 높이 정도 되는 큰 압축기를 작동하는 강 군의 손길이 제법 능숙했다.

강 군의 ‘재활용 도우미’ 경력은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재활용 도우미를 하면 봉사활동으로 인정된다. 강 군은 이미 지난해 봉사활동 시간이 90시간으로 상한선인 60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도우미 일을 계속하고 있다. 강 군은 “사실 처음에는 봉사활동 시간 때문에 시작했다”며 “그러나 좋아하는 친구,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덕고에는 다양한 분야의 도우미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린 절전 도우미’들은 학생들이 하교한 뒤 모든 교실의 전원을 확인하는 일을 맡고 있다. ‘에코-그린 도우미’들은 학교 안팎 환경정화 활동도 책임진다.

동아리 활동도 한창이다. 녹색학교 동아리인 ‘그린레인저’는 교내에 조성된 연못과 숲을 관리한다. 환경신문반은 에코-그린 활동의 홍보를 맡았다. 2주에 한 번씩 편집회의를 열어 각자가 취재한 학급별 환경이슈를 점검한 뒤 직접 기사를 쓴다. 치열한 토론 끝에 채택된 기사 4, 5건을 모아 환경신문을 제작한다. ○ 전 교과에 ‘에코-그린’ 반영

입시공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인문계 학교인 영덕고가 저탄소 녹색성장 연구시범활동에 나서자 학교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 측은 돈과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 거창한 이벤트성 행사를 자제했다. 그 대신 정규 교과 과정을 활용해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마인드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담당 교사들은 자체적으로 스터디 모임까지 열면서 친환경 교육자료를 직접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교육자료와 결과를 전용 홈페이지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정해준 교장(56)은 “인문계 학교가 친환경 교육까지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다”며 “보여주기 식 이벤트를 지양하고 교과 과정에 자연스럽게 반영하니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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