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李중령, 옷벗고 로펌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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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대형로펌들, 9조원대 군수시장 거액 자문료 경쟁
前해군참모총장 등 영입 붐… 로비 부작용 우려도

국내 최대 로펌(법무법인)인 김앤장이 이달 초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역 군 장교를 영입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주인공은 지난달까지 방위사업청 법무지원실에 근무했던 이상진 중령(법무관). 김앤장 내 국방 분야를 담당하는 이른바 ‘디펜스(Defense)팀’에서 군 관련 소송과 군수(軍需) 조달 분야 법률자문을 맡을 예정이다.

김앤장이 이례적으로 군 장교를 영입한 것은 갈수록 커지는 군수 관련 법률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천문학적 금액의 첨단무기 도입으로 국내 군수물자 구매 규모는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3.8% 증가한 29조6039억 원. 이 가운데 방위력 개선비(무기 구입비)는 올해보다 7.6% 늘어난 9조2476억 원에 이른다. 군수 물자 거래액은 건당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로펌으로서는 거액의 자문료 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일부 대형 로펌이 독점하다시피한 상황이다.

최근 군수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대형 로펌은 율촌이다. 올해 초 변호사 10여 명으로 구성된 ‘국방공공계약팀’을 신설해 군수조달 실무에 정통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팀은 정부가 주관하는 군수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방위산업체들을 위한 입찰 자문에서부터 △무기구매 계약 △방위산업체 간 인수합병(M&A) △무기 하자보수와 관련한 각종 분쟁 해결 등을 맡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국내 최초로 군수분야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한신이 문을 열기도 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출신 군 법무관 3, 4명 등이 설립한 한신은 외국 방산업체와 방위사업청 간 무기 계약 및 국내 군수물자의 수출계약 자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군수시장 성격상 과열 경쟁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대형 군수물자 조달 계약은 정부 고위층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며 “대형 로펌들이 로비스트로서 뛰어들다 보면 건전한 시장경쟁보다는 부당한 뒷거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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