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몸 불편한 부모 손발돼준 효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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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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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문화재단 ‘심청효행상’ 10명 선정
청각장애 앓는 부모 대신 가장 역할
전북 군산남고 장희망 양 대상 받아

“부모님 모두 귀가 들리지 않아 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세요. 하지만 저는 두 분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답니다.”

전북 군산남고 1학년생인 장희망 양(16)은 매일 새벽잠에서 깨면 부엌에 가서 식구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그는 청각장애(1급)를 앓고 있는 부모를 대신해 집안일을 챙기는 살림꾼이다. 아버지(42)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지만 장애가 있어 날마다 나갈 수도 없다. 어머니(41)도 아침 일찍 인근 어린이집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지만 수입이 적어 생활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장 양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일은 거의 없다. 말을 하지 못하는 부모 곁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화로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통한다. 성적이 우수한 것은 물론 학급실장을 맡아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있다. 장 양은 “커서 간호사나 사회복지사가 돼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부모를 지극한 효심으로 돌보면서도 학업성적이 우수해 심청을 닮은 전국의 효녀들이 상을 받게 됐다. 가천문화재단은 21일 제11회 심청효행상 수상자선정위원회를 열어 장 양을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뽑고, 나머지 본상과 특별상 수상자 9명을 선정했다.

본상은 마혜진(16·서울 이화여고 1년), 신현주(12·부산 금창초교 6년) 양에게 돌아갔다. 마 양은 말기 암에 걸린 할머니와 고령의 할아버지, 역시 암에 걸려 한쪽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보살피는 소녀가장이다. 마 양은 어린 시절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어머니를 대신해 정부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월 40만 원으로 병 수발과 살림을 챙기고 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신 양은 어린 나이지만 지체장애(3급)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도서관을 청소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를 대신해 설거지와 빨래, 청소 등을 도맡고 있지만 성적은 늘 전교 1, 2등을 다투고, 학생회장까지 맡고 있다.

특별상을 받는 7명의 효심도 남다르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강설은 양(17·충남 공주사대부고 2년)은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다. 강소영 양(13·제주 표선중 1년)은 교통사고로 숨진 아버지와 자궁암에 걸려 투병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살림을 맡아 효를 실천하고 있다. 또 권지현(19·대구한의대 1년), 김혜연(18·부산 춘해보건대 1년), 이수지(16·전북 군산여상 2년), 전수인(17·서울 송곡여자정보고 2년), 정솔빈 양(17·서울 세종고 2년)도 모두 지역에서 효심이 지극하기로 소문 난 심청들이다.

가천문화재단은 30일 오후 2시 연수구 연수동 가천의과대 박애관에서 시상식을 열어 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대상 1000만 원, 본상 300만 원, 특별상 200만 원을 준다. 또 가천의과대와 경원대 수시전형 응시 자격과 함께 길병원 진료비 평생 감액권, 종합건강검진권 등이 지급된다. 수상자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교육기자재 구입비로 200만 원을 지원한다. 2박 3일간 수상자와 가족, 담임교사 등을 위한 문화체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심청효행상은 가천문화재단이 1999년 10월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심청각을 세우고, 심청 동상을 만들어 기증한 것을 계기로 청소년에게 효 사상을 심어 주기 위해 만들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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