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빈집털이 절도범 잡고 보니 소설가

강원 춘천·양구·화천·홍천 등 농촌지역을 돌며 상습적으로 절도행각을 벌인 범인은 소설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경찰서는 지난 25일 춘천지역 외곽 농촌마을 등을 돌며 농산물과 농자재, 공사 자재류를 훔친 A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B씨(44)를 붙잡아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협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 부부는 농어촌 빈 집만 골라 고물, 담배, 맨홀 뚜껑, 모터, 철근, 밥솥, 태양초까지 29회에 걸쳐 절도행각을 벌여 피해액만 1300여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낮에 훔칠 물건을 물색한 뒤 주변에서 낚시를 하다가 야간에 실행에 옮겨 훔친 물건은 경기도 가평에 있는 고물상을 통해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농촌지역에서 절도사건이 잇따르자 전문털이범의 소행으로 보고,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탐문하던 중 태양초 절도 현장에서 차량 정비공장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발견하고 역추적에 들어갔다.

결국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잠복근무를 하던 중 이날 아침7시38분께 절도 현장을 목격하고 장물을 판매한 후 도주하는 A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는 도내 모 일간지 신춘문예에 ´OO농장´이란 장편소설로 입선, 문단에 데뷔한 후 장편소설 3편과 단편소설 2편 등 주로 현대사회에 소외돼 가는 농촌지역의 삶을 그린 소설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경찰진술에서 "그간 달방과 여관 등을 전전하며 작품활동을 하다 돈이 떨어지면 농촌 외곽지역에서 물건을 훔쳤고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아내가 다방에서 일하는 게 안쓰러워 절도행각을 벌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 또한 공사장서 일하다 다리를 다쳐 정상적으로 일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이 50여차례 절도행각을 벌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추가 여죄에 대해 수사중이다.

【화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