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해안시대]부산·경남 두 수장에게 듣는 ‘남해안시대’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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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대의 해양首都 부산이 맡는다”

“국가경쟁력 대양웅비의 전초기지는 경남”

허남식 부산시장은 요즘 ‘세계도시 부산’을 소리 높여 외친다. ‘대한민국의 관문’, ‘제1의 항구도시’ 같은 구호로는 장기적인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부산의 미래를 결정할 10대 비전사업을 통해 세계도시 부산, 그린도시 부산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호 경남지사의 집무실에는 ‘역발상 지도’가 걸려 있다. 동북아시아를 일반 지도와 다르게 거꾸로 그린 것이다. 이 지도에서 남해안은 대륙의 끝자락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러시아를 당당히 딛고, 일본과 중국을 좌청룡 우백호로 삼아 태평양을 향해 웅비하는 모습이다.

부산과 경남은 한뿌리였다. 여전히 이웃사촌이다. 그래서 두 자치단체의 ‘협력과 경쟁’은 숙명이다. 남해안시대를 주창한 김 지사와 글로벌 물류허브도시의 견인차인 허 시장에게 남해안 발전의 비전, 상생(相生) 방안, 정치구상 등을 따로 물은 뒤 정리했다.▶ 인터뷰 동영상은 donga.com

○ “수도권 대응 축 필요” 한목소리

김 지사에게 물었다.

-‘남해안시대’란 무엇인가.

“남해안시대는 수도권의 새로운 대응 축으로서, 바다로 뻗어가는 남해안 해양 경제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국제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대안이며, 동북아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발전 전략이다.”

-어떻게 얻은 아이디어인가.

“수도권만으로는 성장을 이끌어 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프랑스가 파리에서 900km 떨어진 지중해 남부 연안에 리조트와 첨단산업기지, 임해산업단지를 만들어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것에 착안했다. 이제 지중해를 능가하는 엄청난 변화가 우리 남해안에서 시작될 것이다.”

허 시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의 제정 의의는 무엇이며, 내용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남해안시대 프로젝트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것이다. 남해안의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 사람과 자본을 모으고,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수도권과 남해안의 남북 균형발전, 영남과 호남의 동서 간 균형발전 등이 목표다. 지방정부가 발의해 제정된 최초의 법이기도 하다. 8장 39조 부칙 6조로 이뤄져 있다.”

김 지사는 평소 남해안시대의 미래비전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 왔다. 최근 열린 경남발전연구원 개원식에서도 “불과 5년 전 ‘뜬구름 잡는 소리’로 혹평을 받았고 특별법 제정 문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 남해안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남해안시대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그는 “남해안권발전종합계획에는 부산의 도시비전인 ‘동북아시대의 해양 수도(首都)’ 실현을 위한 부산만의 특화된 구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도의 구상을 분야별로 설명해 달라.

“먼저 항만물류분야에서는 부산신항과 연계한 강서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 북항 재개발, 수리조선단지 조성, 도시철도와 도로 확충 등을 통해 동북아 물류 허브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문화 관광 분야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가덕도 종합개발과 동부산관광단지 조성, 컨벤션과 크루즈, 영상과 의료 등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관광소재 개발로 전남, 경남과는 차별화된 도심형 해양휴양 관광지를 육성하려고 한다.”

그는 “강서국제산업물류도시 내 기계부품소재산업 집적화, 기장 핵과학산업 및 해양바이오 산업의 육성으로 고용을 늘릴 것”이라며 “분야별 구상이 완성되면 부산은 서울에 대응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추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해안권이 수도권에 맞먹는 동북아 글로벌 중심지역으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 ‘규제완화 vs 환경훼손’, 조화로운 개발 관건

환경단체들은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에 대해 “연안습지와 해양생태계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반(反)환경 악법”이라며 “기존 법질서 체계를 무력화하고 특별법 광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김 지사의 생각을 들어봤다.

-남해안의 ‘규제’가 많이 풀리는가.

“과거에는 아름다운 섬인 통영 매물도에 요트 계류장을 설치할 수 없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행위제한이 엄격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해안 대부분의 지역에서 요트 계류장이나 경비행장을 건설할 수 있고 용적률 상향조정으로 대형 리조트도 들어서게 된다.”

그는 “남해안권발전종합계획은 동서남해안권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국가 계획”이라며 “과거에는 각종 개발사업의 허가가 어려웠지만 이제 종합계획으로 훨씬 수월할 뿐 아니라 국비 반영도 쉽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의 비판에 대한 대응논리는….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는 남해안의 아름다운 경관을 바탕으로 구상한 것이다. 만약 개발과정에서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면 남해안시대는 실패한다. 개발사업의 총체적인 관점을 환경보전,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두고 있다.”

김 지사는 “남해안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환경단체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시장 역시 “남해안의 특성을 반영하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최소한의 개발을 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우량자본을 끌어들이느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리는 경쟁자이면서 동반자”

부산과 울산, 경남은 최근 정부 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경남 양산시에 유치하려다 고배를 마셨다. 허 시장과 김 지사는 “3개 시도가 협력해 미래의 신성장동력 산업인 의료 산업을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의 현안에 대해 허 시장에게 물었다.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부산, 경남, 전남 등 영호남 시도가 힘을 합친다고 들었다. 유치 가능성은 어떤가.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 2002년 한일 월드컵,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총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국제행사 운영능력이 충분하다.”

-구체적인 진척 상황은….

“지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포럼에 참석한 IOC 위원들이 경기장 시설과 운영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을 고치고 인근 도시의 경기장을 활용하면 최소 비용으로 가장 경제적인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

지난해 경남에서 열렸던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나 2020 하계올림픽 유치처럼 양 시도의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사안은 협조가 잘되는 편이다. 그러나 부산신항 명칭이나 남강댐 물의 부산공급 문제, 동남권 신공항 유치 등의 현안은 충돌이 생긴다.

허 시장의 주장.

“부산, 울산, 경남은 하나의 경제공동체다. 지역이기주의 극복과 상호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구역에 집착한 지나친 경쟁, 나눠 먹기식 개발은 지역의 역량을 저해하고 동남광역경제권 발전에도 장애가 될 뿐이다.”

그는 이어 “다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울경은 하나’라는 인식이 있다. 해외시장개척단 파견과 해외사무소 공동운영, 채용박람회 개최 등이 대표적인 협력 사업이다. 자주 만나 벽을 허물고 공동 발전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화답.

“먹을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나눠 먹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지역에 피해가 돌아간다면 사전에 이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항만 명칭문제도 너무 오래 끌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남강댐 물 문제와 동남권 신공항은 안전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는 “지역갈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며 “행정을 뛰어넘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허 시장과 김 지사는 △부산∼김해 경량전철 건설(23.8km, 2011년 4월 준공) △김해 냉정∼부산 고속도로 확장(54km, 2013년 완공) △부산∼마산 복선전철 건설(51.4km, 2015년 2월 완공) 등을 부산과 경남의 대표적인 공동사업으로 꼽았다. 연륙교가 포함된 부산∼거제 연결도로(8.2km)는 내년 말 준공된다. 부산경남경마공원도 ‘윈윈’ 사례.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경제 업그레이드, 삶의 질 향상” 나란히 3선 도전▼

○ 3선 고지 ‘동반 도전’

허 시장과 김 지사는 2004년 봄 보궐선거를 통해 현재의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을 노린다. 먼저 허 시장.

-내년 선거에 나서려는 이유는….

“세계도시 부산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한 시장으로서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당연하다. 평생 부산시정에 몸 바친 사람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재직 5년을 평가한다면….

“도시기반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 기간이었다. 첫 취임 당시 부산은 발전에 한계를 느끼는 상태였다.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 세계적인 항만물류도시, 영화영상도시, 관광 컨벤션도시로서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시책은….

“2005년 APEC 총회의 성공적 개최는 부산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해운대는 한국의 맨해튼으로 불릴 만큼 획기적으로 변했다. 산업단지 확충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신항 배후 국제물류산업단지<강서지역 그린벨트 3305만㎡(1000만 평) 해제> 조성은 힘들었다. 부산신항 건설, 북항 재개발, 문현금융단지 조성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미흡하거나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부산시민의 숙원 중 하나인 맑은 물 확보사업이 제자리걸음이다. 개인적으로 남강댐 물을 먹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부 경남지역의 반발로 진척이 더디다. 부산과 경남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다. 동북아 제2허브공항과 하얄리아 용지의 시민공원 조성문제가 정부의 결정 지연 또는 정부와의 협상 난항으로 늦어진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김 지사도 3선이 ‘단기적인 목표’다.

-3연임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2004년 전국 최연소 광역단체장이 돼 연임에 성공했다. 남해안시대의 주창자로서 이제 설계를 마쳤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해서다. 앞으로 남해안시대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을 각오다. 이를 통해 어려운 경제도 살릴 것이다.”

-그동안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역시 남해안시대다. 2004년 남해안시대를 주창할 당시 높은 벽처럼 여겨졌지만 곧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신(新)해양시대의 선봉에 경남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람사르총회와 세계여성인권대회,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2011년 제10차 사막화방지협약당사국 총회 유치도 추진 중이다.”

-아쉬운 점은….

“세계적인 합창단을 초청해 인류의 화합을 노래하고자 했던 ‘월드콰이어챔피언십코리아 2009’ 행사가 신종 인플루엔자로 중간에 막을 내렸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안타까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행정구역 통폐합 논의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허 시장은 “지방의 경쟁력 강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지방분권 강화라는 전제 아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도 “행정체제 개편은 피할 수 없는 추세지만 지방의 경쟁력 강화와 주민의 자치권 확대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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