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타가즈코리아 김모 이사(49)가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자살한 것임을 암시하는 유서 내용이 11일 공개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이사는 4일 오전 7시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타가즈코리아 본사 지하 1층 차량시험실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을 괴로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유서에 따르면 김 이사는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원망하리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의 결과가 타인에게 아픔을 안겨줄 현실에 직면하면서 당황한 마음에 내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대에게 안녕을 고합니다”라고 적었다. 김 이사는 또 수사검사에게 “비록 잘못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돼도 강자 속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약자들을 이해해주는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가는 자의 마지막 소원입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김 이사는 3일 검찰 조사 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구속될지도 모르겠다. 전화 연락이 안 될 수 있으니 처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서울 남부지검에서 자신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GM대우 기술표준문서(EDS) 1500여 개의 출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 뒤 김 이사는 타가즈코리아 본사 임원실에서 임원들과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검찰에 기술도용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검찰이 EDS 입수 경위를 물어 ‘대우차가 투자한 이란에서 근무할 때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임원이 김 이사에게 “(GM대우의 EDS를 전해준 것이) 타가즈코리아 직원이냐”고 물었고 김 씨는 “그렇다.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고 끝까지 말하지 않고 제가 안고 가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이사가 검찰 조사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은 상황에서 다시 검찰에 출두하면 GM대우의 기술을 유출한 동료 직원이 누구인지 조사를 받을 것 같아 자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이사는 대우자동차에서 15년간 근무하다 2000년 희망퇴직을 하고 2006년 타가즈코리아에 입사했다. 김 이사는 GM대우 기술 유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엔진개발본부 국모 상무(52) 밑에서 엔진 테스트 이사로 일하며 엔진 시험을 총괄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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