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말못해… 내가 안고 가겠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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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티 유출’ 혐의 이사, 자살직전 회사임원에 밝혀

GM대우자동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타가즈코리아 김모 이사(49)가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자살한 것임을 암시하는 유서 내용이 11일 공개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이사는 4일 오전 7시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타가즈코리아 본사 지하 1층 차량시험실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을 괴로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유서에 따르면 김 이사는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원망하리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의 결과가 타인에게 아픔을 안겨줄 현실에 직면하면서 당황한 마음에 내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대에게 안녕을 고합니다”라고 적었다. 김 이사는 또 수사검사에게 “비록 잘못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돼도 강자 속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약자들을 이해해주는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가는 자의 마지막 소원입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김 이사는 3일 검찰 조사 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구속될지도 모르겠다. 전화 연락이 안 될 수 있으니 처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서울 남부지검에서 자신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GM대우 기술표준문서(EDS) 1500여 개의 출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 뒤 김 이사는 타가즈코리아 본사 임원실에서 임원들과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검찰에 기술도용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검찰이 EDS 입수 경위를 물어 ‘대우차가 투자한 이란에서 근무할 때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임원이 김 이사에게 “(GM대우의 EDS를 전해준 것이) 타가즈코리아 직원이냐”고 물었고 김 씨는 “그렇다.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고 끝까지 말하지 않고 제가 안고 가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이사가 검찰 조사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은 상황에서 다시 검찰에 출두하면 GM대우의 기술을 유출한 동료 직원이 누구인지 조사를 받을 것 같아 자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이사는 대우자동차에서 15년간 근무하다 2000년 희망퇴직을 하고 2006년 타가즈코리아에 입사했다. 김 이사는 GM대우 기술 유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엔진개발본부 국모 상무(52) 밑에서 엔진 테스트 이사로 일하며 엔진 시험을 총괄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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