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은 꼭 살아올줄 알았는데…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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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마저…” 임진강 사고로 실종됐던 이용택 군의 시신이 발견된 9일 어머니인 김선미 씨(오른쪽)가 사고수습대책본부가 있는 연천군 왕징면사무소에서 기운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 김 씨는 충격을 받을까 우려한 유족들의 만류로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다. 연천=원대연기자
“너 마저…” 임진강 사고로 실종됐던 이용택 군의 시신이 발견된 9일 어머니인 김선미 씨(오른쪽)가 사고수습대책본부가 있는 연천군 왕징면사무소에서 기운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 김 씨는 충격을 받을까 우려한 유족들의 만류로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다. 연천=원대연기자
부자 시신 발견… 유족들 오열

“물살에 휩쓸리면서 이리저리 부딪혔는지 얼굴이 온통 긁힌 자국에 멍투성이라는데…. 어린것이 얼마나 아팠을까.”

9일 오전 경기 연천군 연천보건의료원에서 이용택 군(9)의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용택 군은 7일 시신이 발견된 이경주 씨(38)의 아들. 토요일 저녁 들뜬 마음으로 아빠를 따라 임진강가로 놀러왔던 용택 군은 6일 새벽 북한 황강댐 방류로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지 사흘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

급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잡고 있던 부자(父子)의 손을 무심히 갈라놨다. 용택 군은 아빠가 발견된 임진강 장남교에서 5km가량 상류에 있는 비룡대교 인근에서 발견됐다. 남편의 시신이 먼저 발견된 뒤 하나뿐인 아들만은 꼭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버텨왔던 이 씨의 부인 김선미 씨(36)는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오열하고 말았다. 슬하에 1남 2녀를 둔 이 씨에게 용택 군은 유난히 아빠를 잘 따르는 밝은 성격의 아이였다. 택배기사인 이 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화물차 운전대를 잡거나 무거운 택배상자를 옮겨야 하는 탓에 스트레스도 풀고 체력도 키울 겸 가까운 산을 자주 찾는 등산 애호가였다. ‘이산저산’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로도 활동했다. 용택 군도 아빠 손을 잡고 오르는 산행을 즐거워했다.

이 씨가 근무했던 택배회사 물류센터의 동료 직원은 “이 씨가 산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놓고 보여주면서 ‘든든하다’며 미소 짓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천=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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