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1> 배우 최강희씨 ‘푸른 삶 푸른 다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녹색생활 실천 확산을 위한 협약서’ 체결식이 열렸다.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등 정부 기구와 새마을운동중앙회 등 시민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계 대표가 모여 ‘녹색생활의 실천’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녹색생활 실천 확산을 위한 협약서’ 체결식이 열렸다.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등 정부 기구와 새마을운동중앙회 등 시민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계 대표가 모여 ‘녹색생활의 실천’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친환경 생활 실천하는 배우 최강희 씨
“아파하는 빙하의 눈물 보고 일회용 컵과 굿바이 했어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영향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진행됐기에 그만큼 신경을 덜 쓴 것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피해는 올여름에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당장 한국엔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한 달 넘게 지속됐고 대만은 유례없는 강한 태풍으로 쑥대밭이 됐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생활’을 실천해야 할 때다. 동아일보는 가정, 직장, 학교 등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생활 방법과 그 효과를 소개하는 ‘헬로 그린’ 캠페인을 시작한다.》
환경보호는 작은것부터…일회용품 안쓰기 2년째
우리가 조금만 애쓰면 초록지구 지킬수 있어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 씨는 “친환경 생활은 번거롭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 씨는 “친환경 생활은 번거롭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 씨는 “친환경 생활은 번거롭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 씨는 “친환경 생활은 번거롭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우리는 갈수록 멋있어지고, 지구는 갈수록 늙고 있습니다.”
2007년 12월 어느 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차분히 적어 내려간 글이다. 무겁지 않되 진지함이 느껴지는 이 글의 끝에 그녀는 이렇게 결심한다. “저는 앞으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 후로 1년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에코걸’, 배우 최강희 씨를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 씨는 요즘 쏟아지는 홍보 일정과 인터뷰를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스물아홉 소설가 지망생으로 열연한 영화 ‘애자’가 9일 개봉하기 때문. 하지만 한 장소에서 차분히 쉴 틈도 없이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누벼야 하는 바쁜 일정 중에도 그녀는 단 한 번도 일회용 컵을 들지 않았다.

고정된 일터 없이 이곳저곳을 다니는 일을 해 본 사람이면 자신의 컵을 들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잘 안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굳은 결심을 밝힌 글에도 ‘귀찮은 일’이라는 표현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 ‘번거로운 약속’을 어떻게 2년 가까이 지켜가고 있을까. 그의 대답은 이렇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제가 할 줄 아는 일을 하는 거죠.” 일회용이 아닌 컵을 사용하면 “뭔가 멋져 보이는 것 같다”는 말도 따라붙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2005년 우연한 기회에 환경운동연합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게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환경홍보대사라는 직함을 얻게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초록 지구’ 하면서 손으로 하트 그리고 사진 찍는데 행동을 안 하면 가식적인 거잖아요?” 그의 ‘친환경 생활’은 그렇게 ‘진실 되게 살기 위해’ 시작됐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초록 지구가 늙어가요… 초록 웃음도 잃었어요”
○ 이거 아세요?
서울 대기오염 65%는 車배기가스 탓
전국 일산화탄소 73%는 서울서 뿜어요
○ 이러면 안되겠죠?
여름은 여름에 만나야 특별하잖아요
지구온난화로 365일 내내 덥다면…

○ “번거롭지만 어렵지 않은 일”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단다. 자신의 수입 중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홍보대사를 맡은 환경단체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소식지를 받으며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이 떠올랐다.
최 씨는 일회용 컵을 쓰지 않기로 한 데 이어 공중화장실에 있는 일회용 타월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종이타월을 만들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나무도 베어진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다. 그 이후로 그녀의 핸드백에는 언제나 예쁜 손수건이 들어 있다. 홈페이지에도 그의 결심을 적어 내려갔다. “좀 귀찮지만”이라는 말은 여전히 들어가 있지만 일회용 컵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보다 그녀의 글은 훨씬 발랄하고 아기자기해져 있었다. 손수건 한 장이면 뭔가를 옷에 흘리고 당황해하는 남자주인공에게 예쁜 손수건을 건네주는 드라마 속 여자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다나.
마음이 답답할 땐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끌고 한강다리까지 신나게 달리면서 기분을 푼단다. “자동차를 타고 나가면 한강다리 한가운데서 멈출 수 없기 때문”이라지만 그녀의 홈페이지에는 “서울의 대기오염 65%가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이고 특히 서울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량은 전국의 73%에 달한다”는 통계 수치까지 적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 씨의 취미는 ‘분리수거’. 재활용 대상이 아닌 잡지 표지를 따로 분류하고 잔반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골라내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단다. 친환경 생활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만들고 있는 최 씨를 보고 있자니 ‘이 사람이 정말 타고난 에코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진다.
○ 눈앞에서 본 지구온난화
최 씨는 최근 말로만 듣던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달 방문한 아이슬란드에서 빙하가 녹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것. 지난해까지만 해도 눈앞까지 펼쳐져 있었던 빙하는 상당 부분이 녹아내려 어림잡기 어려울 만큼 먼 거리까지 밀려나 있었다.
“더운 여름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겨울이 없어지고 1년 내내 더운 날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봤어요. 그러면 제가 좋아하는 여름철이 더는 특별하지 않게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죠. 여름은 여름에 만나야 하잖아요.”
여름철에 여름다운 여름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처럼 그녀는 지극히 자연적인 것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했던 이유도 ‘그곳이 자연적인 지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몇 년 전 일 때문에 방문했던 홍콩에서 그녀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야경은 화려했지만 마음속에선 ‘얼마나 아름다운 걸 보려고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으로 가득 찬 홍콩과 ‘자연’ 그대로인 아이슬란드. 양극단을 직접 본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도 자연과 함께 담백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 “이제 우리 다 함께”
아이슬란드에서 지구온난화의 심각함을 직접 느낀 최 씨. 하지만 그 느낌에 도취돼 더 많은 약속을 무리하게 잡진 않겠다고 당차게 말한다. “제 페이스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나가려고 해요. 그게 저를 좋게 봐 주시는 분들께 거짓말하지 않는 길이니까요.”
잘 알려진 연예인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크다. 최 씨의 약속에 공감하고 그녀의 행동을 따라하려는 팬들이 계속 늘고 있는 모습이 보일 때면 기분이 좋단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다 함께 해 줬으면 좋겠어요. 제 한 번의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수천 번 행동하면 한 명에게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언젠가는 그 한 명이 10명이 되고 10명이 100명이 될 수 있겠죠.” 수천 번의 날갯짓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는 이론. ‘강짱’ 최강희가 말하는 ‘강짱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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