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출신지-학교 기록, 검찰DB서 모두 삭제할것”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김준규총장 “지연-학연 타파”
“기획통 등 ‘통’자도 없앴으면”

“검찰 데이터베이스(DB)에서 검사들의 지연, 학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김 총장은 “능력과 인품으로 인사를 하겠다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혔고 내게는 지연, 학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생각하라는 취지에서 대검 자료에서 지연, 학연을 삭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들의 동의를 얻어 법조인대관(법조인 인명록)을 비롯해 사설 인물정보 DB에도 관련 내용을 삭제하도록 요청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25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특별수사 지휘라인에 ‘기획통’들이 배치된 데 대해 “‘검사를 그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획통’이라는 분들도 수사는 기본이며 기획 업무에 발탁돼 일했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통(通)’자는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능력 위주로 사람을 쓰고 있으며 기회균등이나 배려는 보완 차원”이라고 말해 공안이나 특별수사, 기획부서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은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배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검사와 일반 직원으로 나뉜 검찰조직 문화를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김 총장은 “능력을 인정받은 검찰 수사관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하고 졸업 후 가급적 검사로 임용되도록 해 조직의 이원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토착 비리와 권력형 비리 근절을 언급한 데 대해선 “검찰의 가장 큰 임무가 부패 척결인 만큼 지속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수사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선 “페어플레이와 신사도라는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오전에도 부장급 검사들을 모아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도록 했다”며 “선배가 함께 있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할 수 있어 사법연수원 동기생끼리 토론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법연수원 21기의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수도권 검찰청의 부장검사급 9명이 워크숍을 열어 수사 패러다임 변화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것을 가리킨 말이다.

김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탈(脫)권위적인 모습도 선보였다. 그는 자필 서명이 담긴 명함을 나눠 주며 “이름만 적으면 너무 권위적인 것 같아 일부러 넣었다”고 설명했다. 집무실에서 소파를 치우고 대신 회의용 탁자를 들여놓은 데 대해선 “사무실에 소파를 놓고 여직원을 시켜 차를 접대하는 것은 옛날 문화”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