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부모 “매일 기도… 빨리 아들 보고싶어”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5분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13일 극적으로 석방된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의 고향인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에 살고 있는 유 씨 아버지 유응용 씨(오른쪽)와 어머니 유정이 씨. 아들의 석방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사진 제공 경남 고성군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13일 극적으로 석방된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의 고향인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에 살고 있는 유 씨 아버지 유응용 씨(오른쪽)와 어머니 유정이 씨. 아들의 석방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사진 제공 경남 고성군
“1년 반 만에 보는 아들 얼굴입니다. 건강해 보여 다행입니다. 건강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야 될 텐데….”

13일 밤 북한에서 귀환한 유성진 씨의 아버지 유응용 씨(76)와 어머니 유정이 씨(69)가 사는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 덕촌마을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노부부는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아들의 사진을 동아닷컴(www.donga.com)을 통해 처음 확인했다. 이내 기자의 노트북 PC 화면을 쓰다듬으며 “오랜 억류생활을 견뎌낸 아들이 대견스럽다. 이제는 빨리 장가를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아들의 석방 소식을 처음 접한 유 씨 부부는 작은 잔치를 열고 그동안 걱정해 준 이웃 주민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유 씨 부모는 감사 인사를 하며 간혹 눈물도 흘렸다. 아들의 얼굴을 만지기 전까지는 걱정이 가시지 않는 듯 근심 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밤늦도록 노부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미혼인 유 씨는 3남 2녀 중 둘째 아들. 부모는 아들의 북한 억류 사실을 올 4월경 집안 제사 때 큰아들을 통해 처음 들었다. 노부모가 걱정할 것을 우려해 큰아들이 한 달 동안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노부부는 관절염 등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 근처 교회에 가서 무사귀환을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 유 씨의 동생인 부산 두란노교회 유성민 목사도 그동안 새벽 및 철야기도를 드렸다.

유 씨 아버지는 “빨리 아들 얼굴을 보고 싶다”며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주신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유 씨 어머니도 “아들이 내려오면 평소 좋아하던 열무비빔밥과 된장찌개를 해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고성=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억류 근로자 A씨’ 유성진씨로 이름 밝힙니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현대아산 개성공단사업소 근로자 유성진 씨를 ‘A 씨’로 표기해 왔습니다. 동아일보는 3월 30일 유 씨가 북한에 억류된 직후 그의 상세한 인적사항을 파악했지만 석방될 때까지 정확한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북한이 유 씨에 대해 ‘개성공단 여성 근로자를 변질 타락시켜 탈북을 유도했다’고 일방적으로 밝힌 혐의 내용이 과연 진실인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 씨가 우리 정부와 가족, 변호사로부터 아무런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위협에 처해 있었던 만큼 그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언론으로서 유 씨와 가족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유 씨가 안전하게 귀환한 만큼 오늘자부터 그의 실명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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