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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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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찬성 “해군기지 독단적 결정은 주민 무시”
소환반대 “민주절차 거친 안보사업에 웬 딴죽”
유권자 33% 투표해야 효력
해군 “사업 예정대로 추진”
2007년 주민소환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해 주민소환 청구가 이뤄짐으로써 향후 김태환 제주지사의 거취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앞서 광역화장장 유치에 반대하는 경기 하남시 주민들이 기초자치단체장인 김황식 하남시장에 대해 소환운동을 벌여 2007년 12월 투표가 실시됐으나 투표율 미달로 소환이 무산됐다.
김 지사의 경우 주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주민투표에 따른 소환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제주지역 유권자 41만6490명 가운데 3분의 1인 13만8830명 이상의 투표와 과반수 찬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정도 사안으로는 투표율 30%를 넘기기가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지사가 “이의 신청 없이 심판을 받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 주민소환 배경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은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제주도는 2007년 5월 제주도민 여론조사에서 찬성 54.3%, 반대 38.2%로 나타나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수용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4월 27일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약속사항을 담은 기본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반발은 극에 달했다. 이 MOU에는 ‘지역발전사업 지원, 서귀포시 대정읍 공군비행장 터 활용, 공군 전투기 배치계획 없음, 해군기지 건설에 지역 업체 참여 확대’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등 해군기지 반대 측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내 땅을 내놓으라면 어느 누가 내놓겠느냐”며 “일방적인 MOU 체결은 민주질서의 파괴이자 주민주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밝힌 뒤 주민소환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제주도의 여론조사와는 달리 강정마을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에서는 94%가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해군기지 외에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등 제주지역 현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 지사가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주민소환 청구가 이뤄지게 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 주민소환 반발도 커 지역여론 분열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해군기지 건설이 주민소환투표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도정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제주지역 보훈단체 관광업계 건설업계 등으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건설범도민협의회(회장 이상운)를 비롯해 제주도연합청년회 등은 “여론조사와 의견 수렴 등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해군기지 유치와 건설 예정지를 결정한 사항을 오만과 위선, 무능함으로 지적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필수불가결한 국가 안보사업이기 때문에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해군본부 관계자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겠지만 주민소환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는 2014년까지 9500억 원이 투자된다. 해군기지 면적은 강정항 동쪽 53만 m² 규모로 해군기지 방파제 1950m, 크루즈 선박 방파제 1490m 등이 건설된다. 7000t급 이지스함을 비롯해 함정 20여 척을 계류할 수 있는 항만시설과 건물 등을 갖춘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