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전국 호환 교통카드’ 도입 차질

  • 입력 2009년 6월 11일 06시 29분


법원 “기존사업자와 협의를”
새 시스템 구축 갈등 우려
市-버스조합 법정분쟁 가능성

대구시의 신(新)교통카드 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대구시가 새 교통카드 사업자를 선정하자 기존 사업자인 ㈜카드넷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사실상 받아들여져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카드넷이 최근 대구시버스조합을 상대로 낸 ‘신교통카드시스템 구축사업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양측 간 화해가 성립됐다. 대구지법 제20민사부는 9일 “버스조합 측이 카드넷의 동의 없이 신교통카드시스템 구축사업과 관련한 제3자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서로 화해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버스조합은 카드넷 동의 없이 단말기와 시스템을 이전 또는 철거하지 않고 제3자에게 영업목적으로 이용하게 하거나 데이터 등을 바꾸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대구시는 10월까지 신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한 뒤 연말에 새로운 교통카드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대구시는 2월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 교통카드를 도입하기 위해 BC카드·삼성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해 5월 초 사업시행 합의서를 체결했다. 대구시는 기존 교통카드사와 경쟁구도를 만들고 3%가 넘는 카드 수수료도 낮춰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 교통카드 사업을 추진해왔다. 수수료를 1%만 내려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 중인 대구시의 재정 부담이 연간 20억 원가량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넷 측은 가처분 신청이 영업권 방어 차원이었던 만큼 기존 영업권이 보장된다면 수수료 인하 등에 대해 대구시와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구시는 재정 부담을 덜고 교통카드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신교통카드 사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자세다. 카드넷 측이 시내버스에 설치된 기존 교통카드단말기 공동 사용을 거부하면 지역 29개 시내버스에 새 단말기를 추가 설치하도록 지시해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신교통카드를 선보일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구시와 시내버스조합 간 법적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대구시는 버스조합 측과 카드넷 간 계약으로 인해 신교통카드 사업 실시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되면 버스조합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버스조합과 카드넷 간에 이뤄진 이면계약의 관계자 등을 배임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버스조합은 2006년 9월 카드넷과 이면계약을 통해 계약을 6년 연장했으나 대구시는 이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구시의 매끄럽지 않은 일 처리가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 교통전문가들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로 매년 수백억 원을 지원해주는 대구시가 버스조합 측이 카드넷의 독점적 수익을 보장해 주는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감독업무에 허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정원재 교통국장은 “법원의 화해 결과는 버스조합 내 일부 회원사가 카드넷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원고와 피고가 서로 인정하고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며 “버스조합 측에 집행부 임원을 새로 구성하도록 하고 조합의 개별회사를 설득해 신교통카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의 전국 호환 KS표준형 교통카드 사용 방침에 따라 대구시가 도입하려는 신교통카드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고속버스, 철도 이용 때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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