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혼자 여행가서 홧김에 상품권 써”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아내 법정진술에 박정규 前수석 ‘외면’

박연차 ‘상품권 1억 로비’ 공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정규 씨 공판에 부인이 증인으로 나와 “남편이 혼자 여행을 떠나 홧김에 남편 몰래 상품권으로 명품을 샀다”고 밝혔다. 박 씨는 재판 내내 부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여러 차례 눈물을 훔쳤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 전 수석의 부인 이모 씨(50)는 “2004년 말 남편이 술김에 모르고 받은 상품권을 박 회장 측에게 돌려주라고 맡겼는데 여러 사정으로 돌려주지 못하고 보관했다”며 “2007년 추석 때 남편이 혼자 일본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홧김에 남편 몰래 4400만 원짜리 명품 시계와 4500만 원짜리 반지를 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찰 조사 때 ‘상품권을 돌려주려 했으나 남편이 공직에서 퇴임한 뒤라 그냥 써도 괜찮다는 박 전 회장의 말을 남편에게 전해 듣고 썼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 씨는 “당시 검사가 상품권으로 산 물건들의 사진을 보여줘 심한 수치심을 느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박 전 수석은 부인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의자를 돌려서 앉았고, 부인과 나란히 법정에 선 것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여러 차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박 전 수석은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인으로 채택된 부인과 말을 맞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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