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여지 없다” 진중권, 2004년 자살세 발언 사과

  • 입력 2009년 6월 1일 17시 38분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고(故)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에 대한 인터뷰에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2004년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진 교수는 지난달 28일 진보신당 홈페이지의 당원게시판에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라는 글을 올리고 "그것은 분명히 잘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분들의 죽음을 부당한 정치적 탄압의 결과인 양 묘사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가 역겨워서 독설을 퍼붓다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것 같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고 아프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글은 '코디'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같은 게시판에 쓴 글에 답글 형식으로 올린 것이다. '코디'는 "상대가 여권인사든, 재벌이든, 거지든 죽음을 그렇게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시체 치우기도 아깝다는 글을 그 사람의 아들이 봤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라고 물었다. '코디'는 또 "진 선생님이 그 아들이었다면 명예훼손 고발은 물론 사과 받을 때까지 싸우셨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코디'의 지적한 것은 2004년 5월 19일 인터넷 사이트 서프라이즈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진 교수가 한 말이다.

진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자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수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자살할 짓 하지 않으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정권의 책임인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 시체 치우는 것 짜증나지 않느냐"이라며 "자살하는 경우 자기 명예가 부당하게 구겨졌거나 이럴 때 하는 건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일을 안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같은 해 3월 '진보누리'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죽음에 대해 "대우건설 전 사장의 자살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죽음"이라고 썼다.

그는 "부당한 방법으로 출세를 하려다 발각이 난 것이고, 그게 쪽팔려서 자살을 했다는 얘긴데…그렇게 쪽팔린 일을 대체 왜 하냐"며 "검찰에서 더 캐물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 하는 넘들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청산가리를 준비해 놓고, 원하는 넘은 얼마든지 셀프 서비스 하라고 해라"고 썼다.

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경향신문 5월 26일자 특별기고에서 "이것을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라 불러야 한단다. 그래, 더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 불러야 한다"고 썼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인 5월 23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는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 천 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다"고 썼다.

한편 진 교수는 5월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인터넷에서 (내게) 쏟아지는 공격이 권력을 끼고 들어왔다. 위험한 싸움을 시작하는 셈인데 일단 싸움을 하기 위해 주변을 좀 정리했다.…별로 내키는 싸움도 아니지만 가끔은 피할 수 없는 싸움도 있는 것 같다. 이제 칼을 뽑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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