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박연차에 14억 받아 7억원만 돌려준 정황 포착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의원수사 6월국회前 마무리
권양숙여사 오늘 소환 가능성

대검 중수부가 22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6)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박연차 리스트’의 정치인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이날 민주당 최철국 의원(경남 김해을)을 소환 조사했고 18대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경남 진해) 등 여당 의원 2, 3명을 다음 주에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이종찬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7억 원을 빌렸다 갚았다는 해명은 사실과 다른 정황이 포착됐다. 또 검찰은 이르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재소환 조사도 추진키로 했다.

○ 국회의원 신병 일괄처리 방침

박 전 회장으로부터 18대 총선 당시 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최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검찰에 출석했다. 최 의원은 “전세공탁금 7000만 원을 빌렸다 갚은 것 외에 다른 돈거래는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박 전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 의원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다음 주까지 국회의원들 소환 조사를 마친 뒤 6월 임시국회 개회 전에 일괄 신병 처리할 방침이다.

○ 이종찬 전 수석의 위장 돈거래 의혹

검찰은 이 전 수석이 박 전 회장에게서 빌렸다가 갚았다는 7억 원의 출처 역시 박 전 회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는 박 전 회장에게서 14억 원을 받아 7억 원만 돌려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수석이 검사로 재직할 때 박 전 회장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퇴임 후 돈을 받은 것인지를 수사했으나, 대가 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1일 검찰에 소환됐던 이택순 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 재직 당시 박 전 회장에게서 3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 전 청장이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지만 직무 관련성은 부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돈 받은 사실을 자백한 점을 고려해 이 전 청장을 불구속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미국 아파트 매입 자금 조달 경위 조사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가 미국 뉴저지 주의 160만 달러짜리 고급 아파트 ‘허드슨 클럽’을 사기 위해 계약금으로 지불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45만 달러가 실제로는 잔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연 씨가 아파트를 제3자를 통해 이면계약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홍 수사기획관은 “정연 씨가 아파트 계약서를 찢어버렸다고 주장했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를 두 번째로 소환해 정연 씨의 아파트 매입 자금을 조달해 준 경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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