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반갑다! 명동에 돌아온 나비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서울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 명동에 벌과 나비가 돌아왔다. 녹지를 보기 어려운 곳에 벌과 나비가 나타났다니 믿기지 않을 것이다.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 있는 건물 중에 유네스코회관이 있다. 12층 건물 옥상에 2003년 서울시 지원으로 630m² 규모의 아담한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생태공원에는 연못과 작은 숲, 초지 그리고 채소밭도 있다. 바로 이 생태공원의 꽃과 풀, 나무, 연못 때문에 벌과 나비와 잠자리 그리고 까치와 참새도 날아오고 있다. 미국의 레이철 카슨(1907∼1964)이 저서 ‘침묵의 봄’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대도시에서 벌과 나비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명동 한복판에서 생물들이 다시 소생하고 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대도시에서는 녹지를 조성하려 해도 맨땅이 없어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곳에서는 건물의 옥상을 녹화해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녹지 확보를 위한 좋은 대안이다. 서울에서 옥상 녹화가 된 건물은 약 0.05%에 불과하다. 반면 옥상 녹화가 쉬운 평평한 지붕을 가진 건물은 88%에 이른다. 옥상 녹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옥상을 녹화하면 많은 효과가 있다. 녹지가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절약하게 해주며 여름철 열섬현상을 완화시켜 준다. 또 빗물을 흡수해 홍수 피해를 줄이고 소음을 감소시키며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이미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옥상 녹화 활성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만 옥상 녹화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정책목표로 정해 추진 중이다. 옥상 녹화 사업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녹색사업을 할 수 있는 정책 중의 하나다. 특히 도심과 같이 녹지가 부족한 지역은 옥상 녹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옥상 녹화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기를 바란다. 산이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도시들이 옥상 녹화를 통해 푸른 녹색의 도시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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