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보수동 헌책방’ 그라피티 명소 된다

  • 입력 2009년 5월 14일 06시 16분


17일 책방 셔터에 30여작품 그려

벽화작가 신청받아 추가 예정

상징-조형물 설치 사업도 함께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은 소설책이 있고 빛바랜 책갈피엔 아련한 추억이 서려 있는 것 같다. 40, 50대 이상의 주민에게는 이곳에 가면 반가운 무엇인가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부산 중구 보수동의 헌책방골목이다. 최근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활력을 잃은 이곳이 그라피티 갤러리와 전통문화역사거리로 확 바뀐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깊고 규모가 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서 국내 유명 그라피티 작가들이 일요일인 17일 책방 여닫개(셔터)에 ‘꿈과 젊음, 자유’를 주제로 한 작품 30여 점을 그릴 예정이다. 작가는 수도권에 기반을 둔 이상호 유인준 씨 등 15명과 부산에서 활동 중인 구헌주 이주혁 씨 등 5명이 참가한다. 그라피티는 스프레이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젊음의 미술문화이자 미국 뉴욕의 흑인과 라틴계에서 탄생한 인디문화의 한 장르. 초기에는 낙서로 출발했지만 최근에서 젊은층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새로운 예술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290m에 이르는 보수동 헌책방골목에는 현재 40여 점포가 영업 중이며 첫째, 셋째 일요일에는 모두 셔터를 내리고 쉰다. 부산시는 책방골목번영회와 함께 거리 양쪽에 내려진 책방들의 셔터 100여 개에 그라피티 벽화를 그려 휴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추억과 향수가 서린 이 골목을 관광객들이 보고 즐기는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지역 상권을 되살리고, 작가들에게는 예술세계를 펼쳐 보이는 무대로 활용토록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번에 벽화를 그린 뒤에도 수시로 헌책방골목에 벽화를 그리기를 원하는 작가들의 신청을 받아 작품을 추가하거나 교체 또는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음 달부터 이곳에서는 역사와 책을 테마로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역사거리 조성 사업이 실시된다. 헌책방골목 입구에는 상징조형물과 표지석이 설치되고, 서점 안내도와 글방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교육과 체험 등 학습 공간을 위한 ‘책 문화관’도 건립되고 290m의 주 거리는 화강석과 흙으로, 154m인 계단 길은 목재로 꾸며진다. 전통찻집과 고서화점, 화랑 등 젊은층을 위한 시설도 들어선다. ‘책은 살아야 한다’는 주제로 매년 축제가 열리는 헌책방골목의 새로운 모습은 1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10월경이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6·25전쟁 때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헌책을 사고팔던 곳으로 인근의 용두산공원과 국제시장, 40계단과 함께 애환과 추억이 서린 곳. 1970년대까지만 해도 70여 점포가 성업했으나 현재는 40여 곳으로 줄었다. 김은숙 중구청장은 “도심의 공동화 현상까지 겹쳐 활기를 잃은 이곳을 전통과 현대, 문화와 건축이 어우러진 멋진 공간으로 다듬어 옛 명성도 살려 젊은층을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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