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 ‘죄송하다’며 계속 울어”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유시민 등 20여명 盧 배웅

“여러분 뵙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에서 대검찰청으로 출발하기 50분 전인 30일 오전 7시 10분. 노 전 대통령 배웅을 위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친노(親盧) 인사 20여 명은 전날 봉하마을의 연립주택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사저로 들어가 노 전 대통령과 차를 마셨다.

한 인사는 “사저에 들어가자마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주 많이 우셨다. (노 전 대통령이) 사저 밖으로 나갈 때까지 계속 울고 계셨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차를 마시던 중 눈물을 참지 못해 몇 차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측근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오전 7시 57분경 사저 계단을 나오던 노 전 대통령은 갑자기 사저로 되돌아갔다가 약 2분 뒤 다시 현관으로 나왔다. 긴장한 탓인지 노 전 대통령이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권 여사를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현관 밖으로 나오지 않고 먼발치에서 노 전 대통령의 출발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봉하마을엔 지지자와 주민, 내외신 기자 등 1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은 오전 8시 사저를 나섰다. 형 노건평 씨의 구속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5일 생가 방문객들에게 “내년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인사하러 나오겠다”며 칩거에 들어간 지 146일 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는 버스에 오르기 전 취재진에게 “국민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 잘 다녀오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고개를 숙여 인사했지만 입술이 약간 떨렸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보여줬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과 마을주민 등 지지자 500여 명은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가 출발하자 도로 양편으로 나눠 도열한 채 노란 장미의 꽃잎을 뜯어 도로에 뿌리며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노건평 씨의 부인 민미영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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