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건 ‘NO의 입’… 검찰, 盧 진술 ‘모순찾기’ 총력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경찰, 盧 이동경로 사전점검 30일로 예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27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경찰 관계자들이 소환 당일 이동경로와 안전 등을 점검하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경찰, 盧 이동경로 사전점검 30일로 예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27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경찰 관계자들이 소환 당일 이동경로와 안전 등을 점검하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盧-朴 대질하나

朴진술 신빙성 높고 구체적
盧 허점 찌를 카드 쓸수도

檢 자충수되나

盧 법 잘 알고 논쟁 강해
朴 흔들리면 ‘약 아닌 독’

《“재임 중에는 몰랐다”, “퇴임 후 알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용처는 밝힐 수 없다”. 30일 소환조사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상되는 답변이다. ‘600만 달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일관되게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진술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철저한 ‘빗장수비’ 전략이다. 달변의 율사(律士) 출신을 제대로 조사하기에는 조사시간은 제한돼 있다. 오후 1시 반에 대검 청사에 출석하면 다음 날 오전 1, 2시까지 조사하더라도 10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은 고민이 크다.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려는 양측의 두뇌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 盧-檢 양측의 히든카드는?

무엇보다 검찰은 돈을 건넸다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 대체로 돈을 건넨 쪽과 받은 쪽의 진술 가운데 건넨 쪽의 진술이 진실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대통령을 상대로 돈을 줬다고 거짓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한 상식에 입각해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최대의 무기로 삼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직접 받은 것도 아니고 알지도 못했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그간의 해명을 통해 500만 달러에 대해서는 “퇴임 뒤에 조카사위(연철호 씨)에 대한 호의적인 투자로 알았다”고,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아내가 빌려서 빚 갚는 데 썼고 나는 최근에 알았다”고 밝혀 왔다. 소환조사에서도 이러한 답변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진술 역시 검찰의 선처를 바라고 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없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서 완벽한 자백을 받아내려 하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설령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진술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만 드러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사실을 들이밀면서 검찰 조사의 허점을 부각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는 100만 달러의 용처는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조사 과정에서 털어놓으면서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사건의 틀을 흔들 수 있다.

○ 박연차와의 대질은 ‘양날의 칼’

30일 소환조사의 최대 관심사는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가 이뤄질지다. 검찰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는 승부수일 수 있다. 그러나 최후의 승부수인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질조사에서도 성과가 없거나 되레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페이스에 말려 흔들리면 결정적 패착(敗着)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거꾸로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회장의 진술을 뒤엎는 것이야말로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궁지에 몰려 있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반전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지는 않다. 조사 상황에 따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구속)이 30일 이전까지 어떤 진술을 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검찰은 매일 정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정 전 비서관의 진술에 대해 “달라진 게 없다”고 하다가 최근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로 바꿨다. 뭔가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게 기대하는 것은 “600만 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식의 간단하고 명료한 진술이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오랜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을 진술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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