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괴짜 선생님 별난 수업 “귀에 쏙쏙”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개그맨이 될 뻔한 영어교사… 카피라이터 출신 국어교사…

괴짜 선생님 별난 수업 “귀에 쏙쏙”

《개그맨 공채 시험을 봤던 영어교사, 광고카피라이터였던 국어교사,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였던 사회교사, 15년 동안 해충을 연구했던 과학교사…. 무슨 영화 속 기상천외한 배역들에 대한 설명일까? 아니다. 이들은 국내에 실존하는 인물들이다. 진기한 이력을 가진 이들 교사는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십분 발휘해 특별하고도 효과적인 교수법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전직 해충연구원… 사회부기자… 민사고 용인외고 ‘이색 4인방’

재미있게… 쉽게… 경험 살려… “수업이 기다려져요”

○ 그룹 ‘빅뱅’의 노래로 시(詩)를 공부하다

한국외국어대부속고등학교(이하 ‘용인외고’) 국어교사 김기훈 씨(34)는 교직에 몸담기 전 광고회사 AE(광고 기획자)와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김 씨는 “광고인으로서 소비자의 욕구를 찾는 것이 1순위였다면 교사가 된 후엔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알찬 수업과 함께 재미를 원했다. 유익한 내용이라도 강의 전달력이 약하면 수업효과가 떨어졌다. 김 씨는 광고주를 설득하기 위해 ‘주목받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경험을 최대한 살렸다.

그의 수업을 엿보자. 예를 들어 화자(話者)가 자신의 정서와 사상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객관적인 사물이나 정황을 끌어다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인 ‘객관적 상관물’을 설명할 때 김 씨는 아이돌 그룹 빅뱅이 부른 ‘붉은 노을’이란 노래를 예로 든다. 임에 대한 그리움(정서)을 노을이 붉게 타는 모습(객관적 상관물)으로 표현한 이 노래를 설명하면서 흥미를 유발시킨 다음 김소월의 ‘초혼’, 박재삼의 ‘수정가’와 연관지으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김 씨는 “학생들은 인기가요 속에선 화자와 대상을 쉽게 찾지만 막상 책 속으로 들어가면 어렵게 느낀다”면서 “고전시가인 ‘공무도하가’를 공부하기 전에 가수 이상은의 노래를 들려준다거나 김소진의 소설 ‘자전거도둑’을 배우기 전에 이탈리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동명 영화를 보여주면 학생들의 집중도가 확연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번엔 용인외고 영어교사 김민경 씨(30·여). TV 홈쇼핑 업체에서 MD(‘merchandiser’의 약자·상품화 계획, 구입, 가공, 상품진열·판매에 대한 책임자)로 일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MBC 개그맨 공채시험에 응시해 ‘홈쇼핑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홈쇼핑에서 옥돌매트, 어린이 영어교재 등 수많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치열하게 일했다”는 김 씨는 “‘대박 상품’ 대신 ‘대박 수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오랜 꿈인 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김 씨의 수업 테마는 ‘FUN(재미)’.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연예, 오락, 시사 이슈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수업 중간중간 예시로 사용한다. ‘관계사’와 ‘수동태’를 가르칠 때 김 씨는 “That is 민경 who(관계사) is loved by(수동태) 구준표(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라는 문장을 들고 나왔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법도 재미있는 소재를 통하면 일단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

김 씨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MK(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쓴 Min Kyung의 이니셜)’란 애칭으로 부르도록 한다. 한 학기가 지나면 학생들의 입에 ‘김민경 선생님’ 대신 ‘MK’가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이 질문도 편하게 하고 영어공부에 대한 고민도 자주 쉽게 나눌 수 있다고.

두 교사는 모두 자신의 강점을 살려 서울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 방송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교육비의 거품을 빼고 전국의 학생들과 재미있는 강의로 대화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 취객들의 싸움에서 형사소송 절차를 배우다

“한 국립공원에서 산불이 났다. 불은 인명이나 재산 피해 없이 꺼졌다. 그날 9시 뉴스에 ‘○○산 불, 주민이 살렸다’는 보도가 나갔다. 불이 났으니 소방관과 공무원도 출동했을 것인데, 왜 기자는 주민이 살렸다고 보도했을까? 언론이 사실을 어떻게 선택하고, 구성해 기사를 만드는지 살펴보자.”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사회 수업시간이다. 지난 밤 뉴스 보도를 이야기하며 영국의 문화 연구가인 스튜어트 홀이 말한 ‘미디어는 현실을 재현한다’는 명제의 의미를 설명한다.

민사고에서 1학년 정치와 3학년 미국정치를 가르치는 교사 김성우 씨(36). 그는 정보통신정책 연구원과 KBS한국방송 대전총국 보도국 기자를 지냈다. 김 씨는 기자생활을 하며 직접 겪은 내용을 사회, 정치, 경제, 법, 사회문화를 가르칠 때 연결시킨다. 형사소송 절차를 설명할 때는 기자 시절 경찰서에서 흔히 접했던 사건, 즉 만취한 사람들 간에 시비가 붙어 패싸움이 벌어지는 사건을 예로 들어 이야기한다.

사회과목은 책상 앞에 앉아서 연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김 씨의 믿음. 그는 교과서 속 지식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살아 있는 수업을 하려고 한다. 그는 “선택지 1∼5번에서 정답을 고르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 사는 법, 문제 상황에서 해결력을 기르는 법, 다양한 사회에서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것이 체험이 녹아 있는 수업의 가치”라고 말했다.

민사고 생물교사 한만위 씨(48)는 정부 연구기관인 농업과학기술원에서 농업해충 분야 연구를 15년 간 했다. 주로 해충의 생태와 천적을 이용한 생물적 방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한 씨가 연구활동을 하며 얻은 경험과 시행착오는 실제로 과학연구를 꿈꾸거나 시작해 보려는 학생들의 탐구활동과 연계되면서 ‘살아있는 조언’이 된다.

한 씨의 제자인 허우녕 씨(19)는 분자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다. 한 씨는 자신이 있던 연구소에서 허 씨가 인턴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소개했다. 결국 허 씨는 고 3 때 미국 인텔사가 매년 세계 각국의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여는 ‘국제과학경진대회(ISEF)’에서 상을 받았다. 올해 학교를 졸업한 허 씨는 미국 듀크대에 합격해 생물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다.

한 씨는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찾고 연구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과학을 단순히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변 환경이 돌아가는 원리에 관한 학문이란 생각을 하면 학습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이렇게 공부해 보렴”▼

국어

김기훈 교사 “국어는 벗이다. 언어와 친해져라”

문학 책을 펴기 전에 작가의 얼굴을 찾아보자. 쓴 사람의 얼굴을 알면 글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이와 함께 그 작가가 문학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어떤 환경과 배경에 살았는지 조사하자.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작가는 소설가와 시인을 합해도 50명 남짓.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 강원도인 것을 알면 ‘봄봄’, ‘동백꽃’ 같은 작품에 깃든 토속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살아 숨쉬는’ 문학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비문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읽는다는 생각을 버려라. 명확하게 이해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뜯어보자. 수능은 시간 싸움이다. 글을 이해하는 속도에 따라 점수도 달라진다.

글을 읽는 속도는 배경지식에서 나온다. 지금 읽고 있는 교과서, 문제집의 지문이 변형되어 문제나 보기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조금 더 나아가 문화, 사회, 경제처럼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골라 한두 권씩 읽어보자. 구술면접, 논술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고득점 학생도 어려워하는 부문이 어법이다. ‘국정 문법 교과서’를 추천한다. 설명을 읽고 문제집 기출 풀이로 정리하자. 국어 교과서 상·하 뒷부분의 표준어 맞춤법 규정은 반드시 봐야 한다.

영어

김민경 교사 “어법, 문법 잡고 독해까지 정복하라”

수능 영어어휘는 고교 교과과정 중 주요단어 3000∼4000개를 알고 있으면 무난하지만, 문맥 속의 의미를 염두에 둬가면서 익혀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short’는 기본적으로 ‘짧은’, ‘키가 작은’의 뜻으로 알고 있지만 ‘He came short(그가 갑자기 왔다)’라는 문장에서는 ‘갑자기’라는 부사로 쓰일 수 있다. 쉬운 단어라도 다양한 의미와 쓰임, 뉘앙스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구별해서 암기하도록 하자.

어법은 수능에서 단 두세 문항이 출제되기 때문에 ‘찍는’ 학생들이 많다. 고득점이냐 아니냐는 바로 이 두 문제에서 결판난다.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나 EBS의 ‘수능 어법 특강’ 같은 강의를 듣고 정리하자. 어법을 정리하면 문장의 구조가 파악되기 때문에 독해가 빨라지고 정확해진다. 고 3이 되기 전 어법을 반드시 정리해야한다.

탄탄한 어휘와 문법을 바탕으로 독해를 공략하자. 문제 풀이에 급급해 틀린 문제를 또 틀리면서 ‘문제집 몇 권 끝냈다’고 만족하면 큰일이다. 고 3이라면 여름방학 전까지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어 취약점을 파악한 뒤 부족한 부분을 집중 공부하자. 어법의 ‘관계사’, 독해의 ‘글의 순서 찾기’처럼 취약한 부분을 잘게 쪼개 놓고 ‘다시는 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덤비자. 자주 틀리는 유형별로 오답노트를 만들어 복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사회

김성우 교사 “사회로 심층면접, 논술까지 한 번에 끝내라”

대학입시의 논술시험문제의 상당 부분이 고등학교 사회의 사회문화, 정치, 윤리와 사상, 경제에서 출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실제 출제됐던 사례를 들어보자. 사회문화에서 사회를 보는 관점에 대해 ‘기능론’과 ‘갈등론’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수능은 이것을 ‘다음 보기에서 갈등론(혹은 기능론)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사회가 아닌 것은?’이라고 물은 뒤 보기에서 답을 고르는 방식으로 출제된다. 논술에서는 (가)기능론적 관점, (나)갈등론적 관점을 보여주는 제시문을 각각 주고 ‘(가) 글의 관점에서 (나) 글을 비판하라’는 형식으로 바뀐다.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고 1, 2라면 교과서로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한 뒤 한두 줄로 설명된 개념을 이론서나 책으로 공부해보자. 이렇게 공부하면 교과서나 문제집의 개념이 쉽게 다가올 뿐 아니라 심층면접과 논술까지 대비할 수 있다.

과학

한만위 교사 “생물은 암기 과목이 아니다”

생물을 기계적으로 외우면 금세 흥미가 사라진다. 배우는 내용을 주변 동물(사람 포함)이나 식물, 환경과 연관해 확장하면 학습효과가 높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생물학적으로 옳은 사실일까?”라는 질문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생물시간에 배운 개념을 기억해보자. 흥분하면 교감신경의 스트레스호르몬 분비가 촉진되고 이 호르몬은 소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렇게 연관해보면 배가 아픈 현상은 생물학적으로도 틀리지 않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왜?’ 혹은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 알고 있던 과학적 지식이 실생활과 갖는 연관성을 좀 더 잘 찾을 수 있게 된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이런 과정을 통해 복습하는 기회를 가지면 학습효율이 높아진다.

정리=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프로필(왼쪽부터)▼

김기훈(용인외고 국어 교사)

서울대 국어교육과

현대카드 마케팅부

대홍기획 카피라이터,AE

김민경(용인외고 영어 교사)

서강대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과

우리 홈쇼핑(현 롯데 홈쇼핑) MD

MBC 공채 개그맨 응시

김성우(민사고 정치 교사)

고려대 사회학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연구실 연구원

KBS 한국방송 대전총국 보도국 기자

한만위(민사고 생물 교사)

서울대 농생물학과

농업과학기술원 농업해충 분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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