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에서 대검까지 400㎞ 차로 5시간 이동 ‘생중계 출두’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 미리 본 소환 포인트 8가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에게서 600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은 ‘피의자’ 신분이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은 세 번째이며, 14년 만의 일이다. 앞서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및 5·18사건과 비자금 사건으로 1995년 11월 16일과 12월 3일 차례로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철통경호가 따르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봉하에서 대검까지 400㎞ 차로 5시간 이동 ‘생중계 출두’

노 전 대통령은 3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대검 청사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동시간을 줄이고 노 전 대통령의 차량이 이동할 때 취재차량과 뒤엉킬 것을 우려해 헬기로 이동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하마을에서 대검까지의 거리는 약 400km, 승용차로 4시간 이상 걸리고 도중에 점심식사를 해야 해 노 전 대통령은 출두시간(오후 1시 반)에 맞추기 위해 오전 7시 이전에 출발할 계획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승용차가 아닌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동 중에는 청와대 경호처 소속 1개팀 10여 명이 근접 경호를 하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고속도로 순찰대가 에스코트를 하게 한다. 방송사들은 차량과 헬기를 동원해 봉하마을에서 대검까지 노 전 대통령의 이동 전 과정을 중계할 예정이다.

[2] 왜 오후 1시반인가 - 盧측 3시간반 늦춰… “조사단축 포석”

검찰은 26일 노 전 대통령 측에 “30일 오전 10시까지 나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육로로 가야 해 그 시간에 맞추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검찰은 다시 오후 1시 반을 제안했고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를 수용했다. 오후 1시 반에 검찰에 출두할 경우 밤 12시까지 조사해도 저녁식사와 휴식시간 등을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실제 조사시간은 9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오후 1시 반 출석을 선택한 것은 검찰의 직접 조사 시간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인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를 끝낼 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새벽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검찰이나 노 전 대통령 측 모두 재소환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오전 10시와 오후 1시 반은 차이가 있다. 조사 분량이 많아서 (밤 12시 전에 끝날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3] 대검청사 도착하면 - 포토라인서 문답후 중수부장이 안내

노 전 대통령은 공개 소환인 점을 감안해 대검찰청 입구에 표시된 포토라인 앞에서 취재진의 촬영과 질문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미리 신청해 ‘비표’를 받은 사람만 근접취재가 가능하다. 기자단에서는 미리 예상 질문을 준비할 예정이다. 경호상의 이유로 소환조사 하루 전날인 29일부터 취재진과 일반인의 대검청사 출입이 통제된다. 노 전 대통령이 대검청사에 들어서면 7층에 있는 이인규 대검중수부장 사무실에서 이 중수부장과 차를 한 잔 마시며 상견례를 한 뒤 곧바로 11층 특별조사실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상견례 자리에는 홍 수사기획관이 배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의자 신분임을 감안해 임채진 검찰총장이 직접 노 전 대통령을 만나지는 않는다.

[4] 1120호 특별조사실 - 51㎡에 화장실 갖춰… 盧형제 잇달아 조사

노 전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 1120호 VIP용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다. 51m² 크기로 화장실과 샤워기, 소파 등 간이시설이 있다. 방 옆에는 장시간 조사에 대비해 21m² 크기의 수면실도 갖춰져 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이 조사실을 리모델링하면서 조명을 밝게 했다. 조사실 벽에 감춰진 카메라로 영상녹화가 가능하며, 검찰총장이나 대검 중수부장 등 수뇌부가 실시간으로 조사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새로 꾸며진 이 조사실을 처음 다녀간 VIP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다. 형제가 잇달아 이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셈이다. 리모델링 이전의 VIP 조사실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 등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5] 얼마나 조사받나 - 檢, 한번에 끝내기 고심… 자정 넘길수도

검찰은 그동안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조사할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 이상을 뇌물로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지만 노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한 차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대검 청사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과정의 경호나 보안 문제 등을 따져볼 때 여러 차례 소환 조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힘들다. 검찰이 소환 조사에 앞서 22일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도 직접 조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 전 대통령 조사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검찰은 효율적이고 신속한 조사를 위한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6] 대질조사 이뤄질까 - 박연차와 대질 필요하지만 檢에도 부담

노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박 회장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60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넸다”며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검찰은 그동안 ‘○○○에게 돈을 건넸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고, 혐의를 부인하던 인사들은 대질 조사과정에서 박 회장에게 압도돼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박 회장의 진술이 구체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과 ‘뇌물 공여자’가 조사실에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은 검찰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에게서만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조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조사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대질조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7] 檢누가 조사하나 - ‘이용호 특검’출신 우병우 중수1과장 나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번 사건의 주임검사인 우병우 대검 중수부 1과장(부장검사급)이 직접 맡는다. 중수부 1과 소속 검사 1명이 우 과장과 번갈아가며 신문을 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는 수사팀 검사 1, 2명과 수사관 등이 더 참여해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타이핑하거나 조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우 과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었던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가 국회의원 공천 대가로 거액을 받아 챙긴 사건을 맡아 구속한 적이 있다. 올해 1월 정기인사 때 중수부 1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노 전 대통령 사건을 맡게 됐다. 2001년에는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에서 활동하며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등 김대중 당시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구속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의 비리도 특검 수사에서 불거져 김 씨는 결국 대검에서 구속됐다.

[8] 盧변호인은 누구 - 문재인-전해철 등 前정부 인사가 주축

노 전 대통령 측은 “따로 변호인단을 구성하지 않고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변호사 출신들이 변호를 맡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총괄 역할을 맡고,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진국 전 대통령법무비서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법무법인 부산 대표 등이 노 전 대통령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가 변호사 출신이어서 대부분의 판단은 자신이 내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 동기이자 친목모임인 ‘8인회’ 멤버 가운데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나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도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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