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강사로 ‘변장’한 현직 경찰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노량진 경찰학원서 가명으로 불법 강의

司試합격 → 휴직 → 학원行… “연봉 2, 3억”

경찰선 까맣게 모르다 최근에야 사표 받아

공무 이외의 영리활동이 금지된 경찰 간부가 경찰공무원 입시 학원가에서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경찰관에게 징계를 내리기는커녕 관련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24일 경찰과 학원가 등에 따르면 경찰대 출신의 신모 경정(40)이 서울 노량진 일대 경찰공무원 시험준비 학원가에서 수사학 분야의 ‘1타 강사(최고 인기와 대우를 받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 경정은 일선 경찰서의 과장급 간부다.

경찰종합학교에서 수사학 교수, 경찰청 채용시험 출제위원을 지내기도 한 신 씨는 2005년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듬해 신 씨는 사법연수원 입교를 위해 2년간 ‘연수 휴직’을 했고 휴직 기간인 2007년부터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가사휴직’을 낸 뒤 본격적으로 학원강사로 나섰다. 신 씨는 경찰대 출신, 사법시험 합격, 경찰종합학교 교수 등의 화려한 이력을 내세워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명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인근 경찰입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신 씨는 300명 정원의 강의실을 가득 채우고 매니저까지 두고 일을 할 정도의 인기 강사”라며 “연봉은 2억∼3억 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씨가 공무원법을 어기고 있다는 점. 국가공무원법 64조에는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휴직 기간 중에도 마찬가지다.

신 씨가 아무런 제지 없이 오랫동안 경찰 신분을 유지하면서 학원강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본명 대신 ‘김화섭’이라는 가명을 내세웠기 때문. 사법시험에 합격한 유능한 경찰관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쓴 셈이다.

경찰에서는 신 씨가 휴직 중 어떤 활동을 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고 당연히 신 씨는 그동안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취재가 시작되자 신 씨는 12일 경찰에 사표를 냈고 현재 수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신 씨는 “경찰에 복귀하면 말기 암으로 입원한 아버지 간호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 강사로 일하게 됐다”면서 “휴직 중에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고 경찰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 그동안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신 씨는 또 “연수원 졸업 전 강의는 후배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무료 특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공무원 지망생은 “경찰공무원이 가명까지 써가며 범법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경찰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인데 결국에는 강의료 수익을 챙기기 위한 발판으로 이용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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