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뺨치는’ 박연차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기억력 뛰어나 3자대질서 검사처럼 추궁

기업 생존위해 수사에 적극협조 나선 듯

“자신이 돈을 준 사람을 대질 과정에서 제압한다. 검사보다 더 분명한 면이 있다.”

최근 잇따라 체포되거나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에게 돈을 건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사진)에 대한 검찰의 평가다.

돈을 받은 쪽이 혐의를 부인해 박 회장과 대질조사를 하면 박 회장이 도리어 ‘내 돈을 받지 않았느냐’고 명확하게 진술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금품을 건넨 시점이나 경위 등에 대해서도 매우 또렷하게 기억해낼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박 회장이 돈을 줬다고 진술한 피의자들과 박 회장 간에 대질조사가 잦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21일 브리핑에서 “박 회장의 진술을 걱정했는데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며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해서도 박 회장의 진술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도 박 회장 진술에 신빙성을 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검찰 수사에 방어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지만, 검찰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일단 진술하기 시작하면 박 회장의 태도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이처럼 검찰 수사에 적극적인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검찰 수사와 재판 이후 다시 기업인으로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노무현 정부 실세들과의 후원 관계가 정치적 지향에 동조해서라기보다는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위한 ‘보험’이나 ‘투자’ 성격이었기 때문에 이번 수사에서도 철저하게 회사를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관점에서 입을 열고 있다는 해석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회장은 이번 수사에서도 기업인으로서의 생존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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