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자연씨 문건, 본인 필적 맞는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에서 오지용 형사과장이 고 장자연 씨에 대한 성 상납 강요와 폭행 등의 의혹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자 수많은 취재진이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에서 오지용 형사과장이 고 장자연 씨에 대한 성 상납 강요와 폭행 등의 의혹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자 수많은 취재진이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실명 거론 유력인사 10명 소환 불가피
前매니저 등 통화분석… 작성시 강압여부 수사
日체류 소속사 前대표 범죄인인도 청구 추진
방송가에 술접대 참석 인사들 리스트 나돌아


탤런트 장자연 씨(29)가 자살 전 술시중과 성 상납 등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문건의 필체를 감정한 결과 사실상 장 씨의 필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건에 실명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 10여 명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분당경찰서는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고인의 필적과 문건의 필적이 동일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감정 문건이 사본이어서 100% 일치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사실상 같은 필적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문건의 진위가 가려지면서 경찰의 수사도 빨라졌다.

경찰은 문건이 강압 또는 회유를 통해 작성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 씨의 유족도 경찰 조사에서 “강압이나 기획에 의해 문건이 작성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반면 문건의 존재를 처음 밝힌 전 매니저 유모 씨(29)는 “(장 씨가) 자발적으로 썼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문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장 씨의 주변 인물 10여 명을 조사했다. 또 장 씨와 유 씨, 소속사 김모 전 대표(41) 등 6명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9만6000여 건을 통신사로부터 건네받아 분석하고 있다.

일본에 체류 중인 김 전 대표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1대, 필름 7통 등 88점을 확보했다. 또한 다른 혐의로 수배 중인 김 전 대표의 범죄인 인도 청구도 추진 중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훼손되지 않은 문건 원본을 구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확보한 문건은 일부 실명이 지워진 상태”라며 “원본 확보를 위해 일부 언론사에 문건 제출을 의뢰하고 입수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원본이 확보되면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을 불러 술시중이나 성 상납 등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방송가에서는 PD 등 방송계 기획사 및 연예계 관계자, 일간지 고위간부, 대기업 회장 등의 이름이 돌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명단이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이 유 씨와 김 전 대표 간 알력에서 터졌기 때문에 명단과 내용 자체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 있는 김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은 100% 유 씨의 거짓말이자 자작극”이라며 “신인 여배우가 10여 쪽의 문서를 혼자 만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몇 달 동안 장 씨를 보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며 “변호사를 통해 경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고 적법한 절차로 (유 씨를)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S병원에 입원한 전 매니저 유 씨는 18일 퇴원해 이에 반박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문건의 진위가 확인된 만큼 이제는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며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진술을 받은 만큼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확보한 장 씨의 소지품 중에는 ‘데스노트(death note)’라는 제목의 글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소설책 뒤표지에 적혀 있는 이 메모는 여러 명의 이름과 비난성 글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이번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데스노트’는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사고 등으로 반드시 죽게 된다는 줄거리의 일본 영화 제목이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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